제400장
김병호가 입고 있는 옷이 가을바람에 흩날리며 펄럭이는 소리가 그를 더욱 광대처럼 보이게 했다. "김씨 집안에 수연이를 데려오려고 굳이 이렇게까지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가 있을 거라 생각해?"
김병호는 김수지가 자신을 원망하게 될까 무서웠다.
그리하여 필사적으로 감추었다.
"당연히 필요하죠." 김수지는 서늘한 시선으로 김병호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김병호의 반응이 그녀의 추측에 확신을 주었기에 김병호를 향한 김수지의 감정은 빙하보다 더 차가웠다.
어린 자신에게 김병호가 어떻게 손을 쓸 수 있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김병호는 강 건너 불 보듯 수수방관했다.
김수지는 자신이 만난 혈육 간의 정이 이토록 냉소적일 줄 몰랐다.
"할아버지는 사생아나 사생자 같은 사람을 가장 혐오하니까요." 김수지는 충분한 준비를 해왔다. 오늘 빈손으로 김씨 집안을 나설 생각이 없었다. "날 대신해서 김수연을 김씨 집안에 데려오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테니까요!"
힘 있는 김수지의 목소리는 김병호가 입에 올리려 했던 모든 변명을 틀어막았다.
더군다나 김수지는 오늘 김병호에게 김씨 어르신이 직접 작성한 현판을 선물해 주었다.
김병호의 마음속에 경보가 울렸다.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김병호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김수지를 향해 의문을 쏟아냈다. "어르신을 알고 있어? 따로 만난 적이 있는 거야?"
김씨 어르신이 김병호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탓에 김수지와 김수연에 대한 관심도 많지 않았다.
김수지가 집안 어르신을 찾아갔다는 일에 대해 수소문한 적이 없고 자세한 내용에 대해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김병호는 김수지가 김씨 어르신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늘 김수지의 모습을 보니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자신보다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부터 김씨 어르신을 무서워하면서도 그의 인정을 바라는 김병호는 이런 사실을 깨닫자 더욱 당황스러웠다.
혹시 김수지가 김씨 어르신에게 무슨 말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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