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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장

앞서했던 사과는 진심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진심 어린 사과로 이 평화를 유지하고 싶었고, 자신과 아이들의 평안을 유지하고 싶었다. 박민혁이 진실을 듣고 싶다고 말해도 더 이상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녀는 같은 자리에서 두 번 다시 넘어지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이미 여러 번 실망을 안겨줬는데, 이번이라고 그녀에게 정의를 구현해 줄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었다. 그녀의 비굴함을 봐서라도 박민혁이 자신과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여기에서 돌아가면 박민혁이 그녀를 어떻게 대할지 전혀 가늠이 가지 않았다.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물어보고 싶은 건 많았지만, 또 물어봐도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박민혁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제로 낙태를 시키려 했고, 그게 안 되자 아이들을 들먹이며 김수연에게 사과하라고 협박을 했다. 그런 행동들을... 생각만 해도 김수지는 사지가 칼에 찍힌 것처럼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그녀의 뱃속에는 아이가 있다. 여전히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박민혁이 알고 있으니, 반드시 이전보더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이들을 지켜야 했다. 그녀는 뱃속의 아이들이 잘못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사과가 부족했다면..." 김수지는 머뭇거리다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박민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과가 부족했다면, 제가 무릎이라도 꿇을게요." 박민혁이 그녀랑 아이들을 놔줄 수만 있다면, 김수지는 뭐든 할 수 있었다. 박민혁은 커다란 돌멩이가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간절히 애원하는 김수지의 모습에 그는 가슴이 답답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는 이미... 그녀에게 너무 큰 상처를 입혔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처를 주었다. 한순간 박민혁은 말문이 막혀 김수지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김수연이 슬쩍 입을 열었다. "괜찮아, 언니. 잘못한 거 알면 됐어." 그렇게 김수지가 먼저 잘못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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