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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어디서 옷을 갈아입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방금 실랑이를 벌이며 어지러워진 티셔츠가 보이지 않았다. 김수지는 저도 모르게 그 남자를 몇 번 더 쳐다보고, 그의 준수한 외모를 발견했다. 외모만 따지면 박민혁 못지 않았고, 따뜻한 분위기는 따스한 봄날 햇살과 흡사했다. "이걸 받으세요." 그 남자는 봉투를 김수지의 손에 쥐어주며 설명했다. "밀크티예요. 놀라셨잖아요. 달달한 걸 먹으면 좀 나아질 거예요." 남자의 관심에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 김수지가 인사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남자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김수지에게 먼저 앉으라고 사인을 보낸 뒤에 그녀와 수사관의 교섭을 도왔다. 수사관은 태도가 180도로 바뀌더니 심지어 사람을 시켜 김수지에게 충전기까지 가져다주라고 했다. 핸드폰을 켜자마자 박민혁이 걸어온 부재중 전화가 여러 개나 튀어나왔다. 깨어나 옆에 없으니 분명 초조했나 보네! 누군가에게 관심받는 이런 느낌 너무 좋아. 어젯밤의 달달함을 생각하니 김수지는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박민혁의 번호를 찾아 막 전화하려던 찰나, 그쪽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야?"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도 들려오자 한기가 느껴졌다. 박민혁은 종래로 이런 식으로 김수지한테 말한 적이 없었다. 김수지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고, 좋았던 기분이 깡그리 사라졌다. 가슴속에 도사리고 있던, 토하고 싶던 그 억울함 또한 눈가에 머금고 있던 눈물과 함께 전부 들어가버렸다. 김수지가 차분한 말투로 물었다. "내가 그 여자랑 만나기로 약속한 걸, 이미 알고 있는 거죠." 김수지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박민혁이 오히려 강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너랑 만나지 못하게 할 거야." 김수지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내가 해코지라도 할까 봐 두려워요?" "김수지! 네가 그 사람한테 뭘하려는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 빈정대는 박민혁의 말투는 가슴을 찌르는 가시처럼 차가웠다. 일찍 만나자고 했던 김수지와의 약속때문에 김수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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