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장
"내가 안 된다고 했다며?"
김수지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그때엔...... 그때엔 그냥 궁지에서 빠져나올 생각만 하다 보니......"
아기에 관한 일을 박민혁한테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할머니가 이렇게까지 도와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얼굴이 붉어진 박민혁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어떤 상황인지 느낌이 왔다......
"궁지에서 빠져나와?"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 먹물처럼 깊은 두 눈이 더더욱 돋보였다. 남자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극도로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궁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밀당일까?"
밀당?!
김수지가 아연실색하며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전혀 그런 뜻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박민혁은 그녀의 해명을 전혀 듣지도 않았고, 그녀를 내려놓지도 않았다.
박민혁이 할머니가 준비한 방의 문을 발로 밀어젖히는 순간, 반짝이는 빨간색 불빛에 김수지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이건......"
문을 닫은 박민혁은 그녀를 안고 바닥에 하트 모양으로 깔린 장미꽃잎을 밟으며 곧장 침대 시트 쪽으로 걸어가더니 말을 내뱉었다. "할머니가 준비하신 거야."
"밥 먹고 갑자기 이러면......"
"오늘 식사 때, 내 앞 접시에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못 봤어?"
김수지가 기억을 더듬으며 하나씩 읊어냈다. "양갈비, 장어구이, 굴무침, 문어회......"
읊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모두 정력에 좋은 음식들이네요......"
요리가 올라왔을 때 김수지 또한 궁금했었다. 할머니가 준비한 요리들은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 아니었고, 다만 앞에 있는 것들만 그래도 입에 좀 맞았을 뿐, 결국엔 반전이 여기에 있었다니.
그래서 할머니가 식사 자리에서 오늘 좀 피곤할 터이니 많이 먹으라고 한 거였네......
지금 생각해 보니 김수지는 부끄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내 국그릇엔 뭔가가 더 있었어."
"그런데도 그걸 마셨다고요?!"
신령도 아닌 그가 자기 할머니한테 모략 당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박민혁의 목소리가 한결 더 가라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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