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장
김수지 두 사람의 이혼을 이렇게 확정 지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이혼 서류도 없었고, 대화한 적도, 법적 협상도 없었다.
마치 두 사람이 서로 견디다 못해 얼굴 한 번 보기 싫고 말 한마디 더 하기 싫어 그저 빨리 이혼하기만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역시나 박민혁은 김수연과 한시라도 빨리 결혼하기를 바라는구나.
김수연의 성대가 망가진 일은 그를 매우 괴롭게 했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김수연을 별장에 살게 할 리도 없고, 오늘 할머니에게 발각될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이혼 날짜를 정하러 본가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 밤 김수지는 배를 만지며 불면증에 시달리지도 않고 편히 잠들었다.
심지어 자신이 다 큰 아이들과 놀아주는 행복한 꿈도 꾸었다.
다음날 일어났을 때까지도 그녀는 그 꿈의 행복에 잠겨있었다. 지어 박민혁 없는 삶도 꽤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주일 동안 그렇게 살면서 수지는 그가 없는 삶이 조금 익숙해졌다.
박민혁을 보지 않는다면 그녀의 기분도 그렇게 날뛰지 않을 것이다.
그와 김수연의 관계에 대해 매일 생각하며 가슴 아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이런 상황은 점차 더 뚜렷해질 것이다. 김수지는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녀 혼자 사는 것을. 할머니곁에 계속 있는 것도 방법이 아니다.
외출 전 김수지는 이혼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묘한 기분으로 택시에 올라탔다.
이때, L상점에서 전화가 왔다.
점장이었다. 김수지는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전화를 받았다. CCTV가 수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점장은 왜 김수지가 가게에 와 보지 않았는 지 물었다.
김수지는 약간 놀랐다. 그녀는 이 일을 잊어 버렸었다.
박민혁의 내연녀가 김수연이라는 걸 이미 알았고, 심지어 그녀와 만났었으니 말이다. 김수연은 박민혁에 대해 거의 체념하게 됐다.
그러니 CCTV내용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안 볼게요." 김수지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 "며칠 후에 가게로 갈게요. 인수인계를 하려구요. 이 가게는 다시 박민혁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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