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임서아의 울음소리가 더 서러워졌다.
"오빠, 앞으로 다신 오빠를 찾아가지 않을게요. 제발 아이는 살려주세요. 아이를 데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날게요. 저와 아이가 절대 오빠를 찾는 일은 없을 테니까... 제발 낳게 해주세요. 네?"
"지금 어디야?"
부소경이 다급하게 물었다.
부소경이 다시 회의를 재개하길 기다리던 임원들이 그를 멍하니 쳐다봤다. 옆에서 지켜보던 엄선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 모든 사람에게 알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임원들은 모두 눈치 있게 물러섰다.
엄선우가 부소경에서 말했다.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
부소경은 엄선우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수화기 너머 겁에 질린 임서아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니에요, 오빠. 오, 오지 말아요."
옆에 있던 임지강이 전화를 뺏었다.
"넷째 도련님, 저희는 지금 청화병원에 와 있습니다. 부디 사람 좀 보내주십시오. 저를 도와 서아를 묶어서라도 수술실에 들여보내 주시지요, 도련님..."
전화가 뚝 끊겼다.
부소경이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서며 엄선우에게 명령했다.
"당장 차 대기시켜. 청화병원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가는 길 내내 엄선우는 신호 위반을 감행했다. 그들이 청화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겨우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부소경과 엄선우는 많은 사람이 몰려있는 산부인과 로비로 달려갔다. 바닥에 앉아 기둥을 붙잡고 버티고 있는 임서아와 그런 그녀를 끌고 가려고 하는 임지강이 보였다.
그들의 곁에서 허영이 눈물과 콧물을 쏟으며 임지강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당신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 서아의 아이라고. 당신과 내 손주란 말이야! 왜 이렇게 지우지 못해서 안달이야? 서아가 넷째 도련님을 찾아가지 않으면 될 거 아니야! 우리가 멀리 도망가면 되는 일이잖아! 당신은 사람도 아니야. 흑흑흑..."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아이고, 아버지 말이 맞지. 혼인도 하지 않았는데 덜컥 임신부터 하다니. 애 아빠네 집안에서도 싫다잖아."
"여자아이가 왜 저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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