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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임서아가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 "오빠..." 부소경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엄 비서, 임서아 씨를 댁까지 모시고 가." 임서아는 말문이 막혔다. 전화를 끊은 부소경이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엄 비서가 3분이면 도착할 거고, 집까지 바래다줄 거야." 말을 마친 그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문이 닫혔다. 임서아는 홀로 빗속에 멍하니 서 있었다. 정확히 3분 뒤, 엄선우가 도착했다. 차를 이끌고 가까이 다가온 그가 자동차 창문을 조금 열고 임서아에게 말했다. "임서아 아가씨, 얼른 타세요. 그러다 젖겠어요." "제 정신이에요?" 임서아의 태도가 돌연 사나워졌다. 영문을 모르는 엄선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 소경 오빠 약혼녀예요. 감히 기사 주제에... 당장 내려와서 문도 열어주고, 무릎도 꿇어서 내가 편히 탑승하게 도와줘야 할 거 아니에요!" 몇 초 후, 엄선우는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문을 열어주고는 한쪽 무릎을 굽힌 자세를 취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아가씨, 타시죠." 임서아가 고고하게 말했다. "이렇게 나와야지." 오늘 사건으로 임서아는 깨달은 게 있었다. 그녀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든 부소경은 그녀와 결혼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부소경은 그날 밤 몸을 팔아가면서까지 그를 구해준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굉장한 면죄부를 갖고 있으니 앞으로 신세희를 처리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일 터였다. '흥!' 임서아는 들뜬 기분으로 엄선우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 한편 위층에 도착한 부소경은 현관을 지나칠 때 샤워실에서 나오는 신세희를 발견했다. 방금 목욕을 마친 그녀에게 은은한 향기가 났다. 분명 싸구려 비누임에도 향이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고 상큼했다. 하얀 샤워타월을 몸에 걸친 신세희는 마른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었다. 미처 부소경을 발견하지 못한 그녀는 방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다 그대로 그와 쿵 부딪치며 부소경의 신발까지 밟고 말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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