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부태성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명령과 부탁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
"소경아, 그 여자와 엮인 건 네 어미 소원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나와 네 할미가 간단한 집안 모임을 준비했다. 이번 주말에 남성과 서울 명문 집안의 적령기 여자아이들도 연회에 참석할 것이니..."
"안 갑니다."
어르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부태성의 목소리가 어르듯 한결 더 부드러워졌다.
"소경아, 아직 끊지는 말거라. 이 할아비 얘기는 끝까지 들어다오."
"......"
"소경아?"
"듣고 있습니다."
"우리 부씨 가문의 사업에 관해선 내 참견하지 않는다만, 이 할아비 나이가 올해 아흔여섯이란다. 넌 내가 손주며느리와 손자 구경도 못 해보고 눈을 감으면 좋겠더냐? 물론 연회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난다면 정말 좋겠지만, 설령 아니라고 해도 강요하진 않으마."
부태성은 거의 간청하고 있었다.
부소경은 여전히 비를 맞고 있는 임서아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그가 임서아에게 말했다.
"주말 가족 모임에서 할아버님을 뵈어야겠으니 잘 준비해 둬."
임서아의 눈이 기대로 반짝거렸다.
"오빠, 방금 뭐라고 하신 거예요? 저랑 같이 가족 모임에..."
"그래. 가족 모임에 가서 어르신들을 뵙자고."
여전히 무표정한 부소경이 말했다.
그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가문 사이 이익 관계에 따른 결혼을 하지도 않을 거고 명문가 아가씨와 눈이 맞는 일도 없을 것이다.
비록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는 임서아를 자신의 유일한 반려로 맞이할 계획이었다. 사랑의 감정은 없지만, 책임은 존재했다. 부소경은 제 어머니에게 평생 아무런 명분도 주지 않은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기 싫었다. 그는 자신과 밤을 보낸 이를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임서아를 평생 함께할 사람으로 정했으니 차라리 그녀를 어르신들께 소개해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연회에 참석한 여자들의 헛된 꿈을 부숴버릴 수도 있고 말이다.
"오빠의 가족을 뵙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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