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이 소식을 들은 신세희는 순간 마음이 쓰라렸다.
분명 그녀와 부소경은 부부지만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부소경이 약혼하는 사람이 그녀의 원수라니.
그렇다, 임서아는 그녀의 원수다!
신세희는 아직도 자신의 엄마의 사인도 몰라 조사하고 싶었지만 집에 돌아갈 여비도 없을뿐더러 뱃속에는 아이까지 품고 있다.
그녀는 지금 참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허영은 임지강 앞으로 다가가 흥분한 듯 임지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강아, 그 말이 진짜야? 부소경이 정말로 임서아와 약혼식을 올린다고? 먼저 두 집안의 부모님을 만나는 게 아니라? 부소경의 조부와 아버지가 서아가 입양된 것에 대해 개의치 않아 하시는 게 맞니?"
'입양'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 신세희는 더욱 가슴이 쓰라렸다.
똑같이 임 씨 집안에서 양녀로 키워진 둘이었지만, 임서아는 2살에 들어와서 임지강과 허영 두 부부에게 보탬이 되는 존재로 여겨졌고, 12살에 이곳에 입양된 외지 아이는 8년 동안 개돼지만도 못한 생활을 했다.
어떻게 임서아의 팔자가 이렇게 좋을 수 있지? 신세희는 암담하게 밖으로 걸어갔다.
"거기 서!"
허영은 신세희의 앞을 가로막으며 "1억!"이라고 외쳤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임지강은 경악을 하며 허영에게 말했다.
"우린 저 애를 8년을 키웠어. 밥도 먹여주고 옷도 입혀주고 대학 입시까지 지원해 줬는데, 게다가 이제는 죽을 병 걸린 엄마까지 챙겨줘야 하니, 이 모든 돈이 그냥 나온 줄 알아?"
허영은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임지강을 바라보았다.
"임지강, 너 잊지 마......"
"뭘 잊지 말라는 거야! 넌 쟤가 신 씨인 걸 잊지 마, 저 애는 임 씨 집안사람이 아니라고!"
허영은 임지강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고, 그는 갑자기 말이 없었다.
신세희는 마음이 시꺼먼 두 부부의 연기를 보며 구역질이 났고, 겉으로는 담담하게 그들에게 말했다.
"1억 원은 이미 당신들한테 줬어요! 만약 당신들이 우리 엄마 무덤을 판다면 나는 임씨 집 대문 앞에 부딪혀 죽을 거예요!"
말을 마친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신세희가 대문을 나가는 걸 보자, 임지강은 그제야 허영에게 큰 소리를 쳤다.
"왜 이렇게 사람이 못된 거야!"
"쟤가 불쌍한 거야?"
허영은 비웃듯 말했다.
"임지강 내가 하나 알려줄게! 만약 언젠가 신세희가 시집갈 남자가 걔의 결백함을 저버리고 구한 남자라는 걸 알게 된다면 걔가 너를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만약 부소경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라고! 너는 내가 걔한테 1억을 요구한 게 정말 돈을 위해서라고 생각해? 나는 걔를 운성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거야."
“쫓아낸다고? 세희 혼자 어딜 갈 수 있단 말이야?”
임지강이 물었다.
“어딜 가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그러자 허영은 소리를 쳤다.
“그냥 우리 서아한테 피해만 안 끼치고 서아만 행복하면 돼. 임지강, 서아는 아기 때부터 우리가 키웠어, 그 마음은 변하면 안 되지!”
임서아를 언급하자, 임지강은 신세희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는 웃음을 띤 채 허영을 바라보았다.
“여보, 빨리 우리 둘이 서아 약혼식에 갈 때 입을 옷을 준비하자. 부 씨 집안과의 약혼이니 조금도 허점이 있어서는 안 돼.”
허영은 조금 미심쩍은 듯 물었다.
“부소경과 서아가 약혼식을 올리는데 왜 아무도 우리한테 알려주지 않는 거지? 혹시 잘못 들은 거 아니야?”
“절대 틀릴 일 없어. 부소경은 조용한 걸 좋아하고 성격이 냉담해서 특히 여자에게 청혼하고 약혼하는 일은 절대 직접 입을 열지 않을 거란 말이지! 며칠 전에 그가 직접 찾아와서 우리한테 결혼 이야기를 꺼낸 것도 이미 이례적인 이리었는데, 아직도 그 사람이 가마라도 타고 와서 서아를 데려갈 거라고 생각해? 말도 안 되지.”
임지강이 대답했다.
“그래도 식을 올리는 호텔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
“당연히 알지! 나한테 주소가 있으니까 그때 되면 알아서 찾아가면 돼. 그러니 절대 부소경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우리 서아가 부소경의 아이를 임신하고 그때가 되면 이제 아무 말이든 할 수 있을 거야.”
허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신 말이 맞네.”
임 씨네 부부는 약혼식 예복에 대해 즐겁게 상의하고 있었고, 임씨 집 대문을 나온 신세희는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일자리가 필요하며 수입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디서 일자리를 구한단 말이지?
휴대폰이 울렸고, 그녀는 하 씨 아주머니의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인 줄 알았지만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신세희 씨 되시나요?”
전화를 받은 쪽은 매우 예의 있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신세희 씨꼐서 보내신 친필 이력서를 잘 받았습니다. 혹시 모레 면접에 와주실 수 있나요?”
모레?
모레면 부소경의 약혼식이 있는 날이 아닌가?
신세희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감격에 겨워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네, 시간 있어요. 저에게 면접을 볼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너무 기뻐요.”
전화를 끊은 뒤, 신세희는 버스를 타고 문구점에 가서 연필, 지우개, 도화지와 자 등을 샀고 집에 가서 연습을 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컴퓨터가 없었기에 전부 손으로 그려야 했다.
다음날, 신세희는 일찌감치 병원에 가서 하 씨 아주머니를 본 뒤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밤늦게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설계도를 그리며 자신이 기회가 적다는 생각에 이번 기회를 꼭 붙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에게 물러설 여지는 없었다.
밤중에 부소경은 밖에서 돌아와 그녀의 방에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또다시 한두 시간이 지나 그는 침실을 나와 다시 보았고, 그녀의 방에 불이 아직도 켜져 있자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려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본 뒤, 그는 또 손을 내려놓고 자신의 침실로 가서 잠을 잤다.
다음날, 부소경은 일찍 눈이 떠졌다.
그는 이미 하숙민과 오늘 신세희와 스몰 웨딩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고, 손님을 초대하지 않아도 되며 그저 의식일 뿐이었다.
그는 신세희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호텔에 가서 미리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거실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렸지만 신세희가 침실에서 나오려는 기미도 없자, 부소경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평소에 해가 뜰 때까지 자고 나서야 병원에 가서 어머니를 돌봤단 말인가?
이 여자, 정말 게으르기 짝이 없군!
또 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신세희는 여전히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부소경의 두 눈에는 한기가 서리며 신세희의 침실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발을 들어 매섭게 문을 걷어찼고, 침실의 한 장면을 보자 부소경은 넋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