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2장 눈을 감다

배윤성은 조심스럽게 날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배지훈을 형으로 생각하고 그래도 배지훈의 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으로는 배지훈을 만나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윤성아, 배지훈한테 말하지 마." 이렇게 된 이상 더 할 말 없었고 차라리 그가 모르는 게 나았다. 적어도 지금 민여정의 뱃속에 아이가 있었기에, 그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아이로 배지훈을 잡고 있을 것이었다. 배지훈이 돈을 많이 배상했는데 아이가 그의 카드가 될 수 있었기에 당연히 쉽게 포기할 리가 없었다. 어르신이 배지훈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배씨 가문에서 그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배윤성이 더 말하려고 하는데 내가 바로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디자인 서류에 문제가 있다며? USB 가져왔어? 나한테 노트북 있어." 배윤성은 서류를 남겨놓고서 몇 마디 하고서야 떠났다. 나는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잠들어 버렸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밖에 어두워졌고 옆에 모청현이 가지고 온 밥이 있었다. 레스토랑의 테이크아웃 박스를 보니 잭이 가져온 것 같았다. 음식을 보았는데 갑자기 입맛이 없었다. 매번 항암 치료를 받고 나면 별로 입맛이 없었다. 강제로 우유를 마시고 나서야 정신이 조금 맑아지는 것 같았다. 할 일이 없자 나는 노트북을 열어 디자인을 보기 시작했다. 3년 전 디자인 도면은 별문제가 없었는데 시공할 때 분명 누군가 수정한 거였다. 하지만 3년 동안 변수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된 일이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었다. 시간을 보내, 국내는 아마 대여섯 시일 것 같아 구연서한테 전화를 걸었다. "연서야, 프로젝트 현장 가봤어? 디테일한 면에서 조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왕종현한테 혹시 그때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아냐고 물어봐, 이 프로젝트는 내가 계속 맡았던 게 아니었어." "그리고, 내일..." "뭐 하는 거야?" 싸늘한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모청현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고 나는 얼른 구연서한테 말하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그가 침대 옆으로 다가왔는데 내가 밥을 먹지 않은 걸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