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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돈 줘

내 꼴은 지금 아주 무서웠다. 3개월 전에 암이 재발해서 지금은 뼈밖에 안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여진아는 아주 순진하고 귀여웠고 동그란 얼굴에 커다란 눈을 하고 있었는데 대학교 때의 나와 닮았었다. 그녀와 비교해 보면 난 못생겼을 뿐만 아니라 생기도 없었다. 하지만 곧 죽을 몸이라 어찌할 수 없었다. 동료가 나지막하게 그녀한테 귀띔해 주었다. "대표님이 사모님을 제일 사랑해, 건드렸다가는 뼈도 못 축일 수 있어." 보다시피, 사람들은 배지훈이 날 아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 내가 죽기를 바란다는 걸 아무도 몰랐다. 여진아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바로 미소를 지었다. "하연 언니, 대표님이 지금 중요한 온라인 미팅 중이라 관계자가 아니면 만나실 수 없어요." "일 있으시면 제가 지금 가서 보고드릴게요." 그 말은 자신은 함부로 배지훈의 사무실을 드나들 수 있다는 거였고, 나한테 자랑하는 거였다. 그녀의 눈빛에 깃든 교활함을 무시하면 그녀의 웃음은 아주 예뻤다. 그리고 그 웃음은 확실히 예전의 나와 많이 닮았었다. '그래서 배지훈이 남다르게 대한 거였어.' 배지훈은 전에 애인이든, 생활 비서든, 모두 며칠씩 놀기만 했고 더 많이는 내 반응을 살폈다. 처음에 난 반항했고 싸우기도 했지만 내가 그러면 그럴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아예 못 보는 척했다. 나중에 그는 여자를 데리고 내 앞에서 관계를 맺었고, 난 담담하게 두 사람을 위해 문을 닫아주었다. 하지만 여진아는 그가 집에 데려온 적이 없었고 나한테 보여준 적도 없었다. 회사 단톡방에서 동료들의 얘기를 자주 들었었다. 두 사람이 같이 영화 보고,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같이 커플티를 입고... 난 그가 그저 놀기 위함이 아니라 연애했다는 걸 알아챘다. 그 모든 건, 나도 학교 다닐 때 경험했던 것이었다. 난 의자에 앉아 여진아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그리고 커피 한 잔 주세요, 설탕이랑 우유 추가해서요, 고마워요." 여진아는 내가 이렇게 침착할 줄 예상 못 했는지 바로 화를 냈다. "당신이 뭔데 감히 나한테 커피 타오라는 거예요?" "그럼 그쪽은 뭔데요?" 나는 차분하게 그녀를 무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말문이 막혔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발끈하는 모습도 그때의 나랑 똑같네.' '배지훈이 이런 사람 찾느라 애썼겠네.' 그녀의 곁에 있던 사람이 바로 나한테 커피를 타 주었다. 나는 여진아가 "아부쟁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고, 그 동료는 바로 얼굴이 새빨개져서 떠났다. 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여진아 씨도 자기 신분이 내세우기 부끄럽다는 걸 알고 있는 거네요?" 어느 단어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여진아는 울부짖었다. "누가 내세우기 부끄럽다고 그래요? 사랑받지 않는 사람이 내연녀에요!" "대표님은 진작에 당신 안 사랑했어요, 당신이 놓아주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요!" "당신 꼴을 봐봐요, 누가 사랑하겠어요?" 그녀는 말하면서 걸어오더니 나를 끌어 일으키려고 했다. 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린 여자애가 화가 많네.' 사실 난 그녀한테 화내려고 온 게 아니었다. 결혼 1주년 다음 날, 배지훈이 두 금발 미녀를 데리고 왔을 때, 내 마음은 이미 죽었었다. 그한테 화를 내며 얼마 남지 않은 내 목숨을 소비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옆에 있던 두 동료는 분위기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얼른 그녀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내 앞에 있던 커피잔만 잡았고 컵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여진아는 손을 조금 베었고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머리를 숙여 몸에 묻은 커피자국을 보았는데, 다행히 오늘 검은색 옷을 입어 자국이 잘 알리지 않았다. "강하연, 네가 이렇게 독할 줄 몰랐어! 왜 손대고 그래?" 배지훈의 목소리가 들리자 난 머리를 들었고, 그는 이미 여진아를 품에 꼭 안았다. 그녀의 상처는 깊지 않았고 그저 피가 조금 났을 뿐인데 배지훈은 아주 마음 아파했다. "다들 죽은 사람이야? 당장 약상자 안 가져와?" "내 홈닥터한테 연락해서 당장 회사로 오라고 해!" 나는 무표정으로 지금 일어나는 상황과 득의양양해하는 여진아의 눈빛을 쳐다보았다. 난 그녀가 대체 왜 득의양양해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쓰레기한테 사랑받는 게 자랑스러운 일인가?' 나의 담담한 눈빛에 자극받았는지 여진아는 또 눈시울을 붉혔고 더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죄송해요, 모두 제가 잘못해서 하연 언니 심기를 건드렸어요." "하지만 전 제 마음을 제어할 수 없어요, 사람을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게 잘못이에요?" 그녀는 아주 예쁘게 울었고 눈물을 뚝뚝 흘렸는데 정말 불쌍해 보였다. 배지훈은 마음 아파하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싸늘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너 대체 왜 왔어? 너 진작에 회사 그만둔 거 아니었어?" 나는 가볍게 웃었다. '내가 회사 안 나온 건 알고 있었네?' 난 일어서 눈앞에 있는 애절한 연인을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배지훈, 2천만 원 줘, 오늘 카드에 입금해,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뭐?" 배지훈은 마치 내가 자신의 원수인 것처럼 이를 바득바득 갈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웃으며 여진아의 목에 걸려있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가리켰다. "저게 우리 부부 공동 자산이잖아? 법률 규정에 따라 내가 되찾을 권리가 있어." "30분 줄게, 입금 안 됐으면 신고할 테니까, 알아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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