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5장

"영재야, 내가 잘못한 것 같아."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때 그저 살고 싶은 것뿐이었다. 모든 걸 마친 백아연은 순간 부담이 없었진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변서희가 생각났다. 빌어먹을 년! 감히 내 자리를 대신하고 내가 못 얻은 걸 얻으려고 해? 백아연은 백영재와의 통화를 끊고 샤워실에 씻으러 갔다. 그녀가 에이즈에 걸린 건, 그녀도 누군가를 사랑했었기 때문이었다. 백아연이 그를 따라 해외로 갔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를 위해 직접 요리도 해주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녀는 상대방의 사냥감에 불관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때 어떻게 해야 허지은이 완전히 마음을 접게 할 수 있는지 잘 알았던 것이었다. 한 남자가 여자가 했던 모든 노력을 부정하는 건 여자한테 마치 심장을 도려내고 뼈를 긁는 듯한 아픔을 준다. 그러니까, 부성훈이 결코 무고한 건 아니잖아? -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부성훈은 옷을 반듯하게 입고 있었는데, 조금 주름 잡힌 것 말고는 별다를 게 없었다. 어젯밤 술이 너무 독했기에 그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그러나 신기한 건, 술에 가득 취한 그가 꿈을 꾸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런 꿈을. 부성훈의 최대의 장점이 아마 색에 대한 욕망이 부족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는 여자의 이익과 가치에만 신경 썼다. 세수하고 일어난 후, 배가 고팠던 그는 호텔 레스토랑에 아침을 먹으러 가려고 했고 현하린한테 연락하려고 했다. 현하린이 전날 밤에 같이 대회를 보자고 했었다. 그는 주민호와 허지은한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선 별로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이 비참할수록 좋았기 때문이었다! - 방에서 나오자마자 그는 자신을 찾아온 변서희를 만났다. 변서희는 아주 야릇하게 차려입었다. 그녀는 하얀색 코트 안에, 검은색의 무릎 아래까지 오는 니트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다리에는 아주 연한 검은색 스타킹을 신었다. 허리 부분이 살짝 비어있는 디자인이었기에 아슬아슬 살짝씩 드러났다. 어젯밤 그런 꿈을 꾸고, 지금 또 변서희가 이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