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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고남연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윤북진은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고남연의 허리를 만지며 말했다. “호시탐탐 노리는 이가 많으니 싫을 수밖에.” 과연 남자들은 전부 똑같았다. 경쟁자가 없을 땐 신경도 쓰지 않다가 경쟁자가 생기면 승부욕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고남연은 경멸의 눈빛으로 윤북진을 보았다. 허리에 얹었던 손으로 천천히 그녀의 옷을 벗기더니 이어 손을 가슴 쪽으로 가져갔다. 고남연은 그의 뺨을 때렸다. “윤북진 너 진짜 저질이야.” 좋게 대할 땐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이제 싫다고 하니까 오히려 더 들러붙었다. 고남연이 가려는데 윤북진이 그녀를 잡았다. “어디 가?” 고남연이 몸을 돌려 체념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샤워하러! 왜, 너한테 보고라도 하고 갈까?” “안 씻고 해도 되는데.” 고남연은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말했다. “내가 싫어.” 금방 싸웠는데 사이좋게 한 침대에 오를 생각은 없었다. 그가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싫었다. 고남연은 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윤북진은 창가로 가서 담배를 피웠다. 천천히 그리고 묵직하게 연기를 뱉어냈다. 윤북진도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듯했다. 그러나 고남연이 갈수록 성격이 안 좋아져서 문제였다. 전보다도 쉽게 짜증을 냈고 벌써 두 번이나 이혼 얘기를 꺼냈다. 한참 뒤 고남연이 욕실에서 나왔다. 윤북진은 새로 불을 붙였던 담배를 껐다. 고남연은 그를 한번 보고선 말했다. “요즘 담배 너무 자주 피는 거 아니야?” 윤북진은 창문을 활짝 열고 말했다. “다 너 때문이야.” 그러자 고남연이 웃었다. “내 영향력이 그렇게 셀 줄 몰랐네. 네 기분까지 영향 주고.” 윤북진은 늘 뒤끝 없는 고남연의 성격을 흥미롭게 여겼다. 금방 싸웠는데 지금 또 이렇게 농담하다니. 그러나 그녀도 말로 사람을 때릴 때가 있었다. 고남연은 빨간색 잠옷을 입고 있어 하얀 피부가 더 하얗게 보였다. 사람이 전체적으로 가냘프고 아름다웠다.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그녀는 핸드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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