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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장

천박해 보이는 윤경민의 모습에 그를 바라보는 고남연의 눈빛에는 동정이 가득했다. 윤북진은 이를 악물었다. “고남연, 너 배짱이 좋네?” 고남연은 하품을 하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난 이만 쉬어야겠어.” 그가 먼저 전화를 끊기도 전에 윤북진 쪽에서 먼저 끊었다. 고남연은 휴대폰을 티테이블 위에 던지고, 윤경민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단한데? 배짱이 있어.” 윤경민은 양꼬치를 먹으며 말했다. “우리 형은 오늘 밤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거야.” “네가 앞으로 잠들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 같은데?” 고남연이 말했다. … 그 말에 윤경민은 정신이 멍해졌다. 순간, 그는 서둘러 손에 들고 있던 양꼬치를 집어 던지고 고남연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남연아, 이제 어떡해? 형이 나를 죽이진 않을까?” “아까는 배짱이 좋게 말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왜 쫄고 그래?” “아까 정말 대단했어?” “그럼, 엄청.” “그래도 안 돼. 네가 나를 구해줄 방법이라도 좀 생각해 봐.” 윤경민이 말했다. 고남연은 윤경민에게 먼저 주정연한테 가 숨어있으라고 했다. 하지만 윤경민은 외출할 때는 옷을 잘 차려입어야 한다고 하면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윤경민이 자리를 떠나기도 전에 아래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왔다. “우리 형… 분명히 우리 형이 온 게 틀림없어.”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숨어있자.” 두 사람이 막 방으로 들어갔을 때, 입구의 초인종이 울렸다. “고남연, 나를 형한테 팔아넘기면 안 돼.” 윤경민은 방에 숨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고남연은 그를 밀치며 대답했다. “어서 들어가기나 해.” “고남연, 문을 열지 않으면 이 방은 없어져 버릴 거야.” 윤북진의 목소리가 밖에서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남연은 방문을 열고 두 손을 가슴에 포갠 채 문에 나른하게 기대며 말했다. “아이고. 무슨 바람이 불길래 유 대표가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붉은색의 잠옷을 입고 온몸에 나른함이 배어 있는 고남연은 불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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