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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장

고남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윤북진은 허리를 굽혀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고남연은 그만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혼 서류를 들이밀 줄 알았건만 이건 또 무슨 행동인 건지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았다. 윤북진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그녀는 푹신한 침대 위로 넘어지다시피 뒤로 밀려났다. “고남연, 그냥 내가 너한테 몇 번이고 와주길 바라는 거 아니야? 이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야.” 윤북진은 그녀의 열 손가락에 빈틈없이 깍지를 끼며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밀착했다. “그 생각이 잘못되기라도 했어?” 고남연이 고개를 돌려 윤북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며 속삭이던 그는 다시 한번 고남연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윤북진의 열렬한 키스를 받으면서 고남연은 여지수가 그에게 국을 떠다 주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들이 함께 묘지에 갔던 것과 윤북진이 심유미를 잊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시 그녀를 괴롭혔다. -고남연, 점쟁이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한번 시도도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아? 꼭 한 남자한테 목매야겠어? -아이는 꿈도 꾸지 마. 오늘 밤 윤북진은 어쩌다 적극적으로 그녀를 원하고 있었건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윤북진과 아이를 가져야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뿐이었다. 나중에 이혼하고 윤북진이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해도 과연 마음이 편할지, 싱글맘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을지 말이다. 그녀는 문득 지금 그녀의 생각이 어느 순간 완전히 달라져 있는 것을 자각했다. 심지어는 최근 몇 달 동안 윤북진과 갈라설 생각까지 여러 번 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고남연은 윤북진을 밀어냈다. “오늘은 감흥 없어.” 아이를 낳는 생애 가장 중요한 임무를 꼭 해내고 싶었지만 억지로는 싫었다. 그 점은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 보아도 스스로와 타협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윤북진의 성질로 어쩌면 내일 아침 그녀에게 피임약을 던져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손해를 입는 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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