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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윤북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남연은 손해를 보는 성격이 아니었다. A시에는 그녀의 라이벌이 몇 명 없었다. 그저 허명진이 아주 대담한 것일 뿐이었다. 윤북진이 잔뜩 눈살을 찌푸리자 고남연은 책상앞에 앉으며 말했다. “게다가 네가 손발이 조금만 빠르지 않았더라면 허진주가 지금 나를 새언니라고 불렀을 거라고 했어.” 그러자 윤북진은 눈썹이 살짝 떨려오더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안 자?” 고남연은 옆에 있던 문건을 집어 들고 말했다. “너처럼 팔자가 좋지 않아서 말이야. 고신남구의 프로젝트에 대해 연구해야 해.” 점심때, 고강현은 이미 사람을 시켜 프로젝트 계획서를 그녀의 이메일로 보냈었다. 낮에는 사무실의 일로 워낙 바쁘다 보니 저녁에 일할 수밖에 없었다. 윤북진이 듣고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고남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윤북진. 고신남구 프로젝트로 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 예를 들어, 암묵적인 룰을 만들어 GH 그룹이 프로젝트를 가져가게 한다거나…” 그 말에 윤북진은 허허 웃었다. “좋은 일은 다 네 이름을 걸었네.” 윤북진과 하룻밤을 보내고도 싶고, 그에게 나서서 GH 그룹을 도와달라고 하고도 싶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 “쳇. 기회를 줘도 소중히 여길 줄 모른다니까?” 고남연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윤북진이 책을 내려놓고 고남연을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벌써 졸려서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윤북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온 다음 고남연에게 다가가 그녀를 가로로 놓이게 안은 채 조심스럽게 침대에 내려놓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강현에게 회사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어느 쪽이 더 중요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꿈과 현실, 그녀는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윤북진은 고남연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고 회사로 갔다. 그가 막 사무실 책상 앞에 앉자마자 허명진이 콧방귀를 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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