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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찬물이 그녀의 머리 위에 뿌려졌을 때, 고남연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물을 툭툭 털면서 성질을 냈다. “사모님, 도련님께서 저한테 뿌리라고 하셨습니다.” 고용인은 말을 마치고는 전전긍긍하며 윤북진을 쳐다보았다. 고남연은 윤북진이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갑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녀는 아무 말없이 침대 머리맡에 놓인 장식품을 집어 들고 윤북진을 향해 내리쳤다. “윤북진. 너 미쳤어?” 한순간에 몸에 있던 물방울이 모두 떨어져 버렸다. 고용인은 고남연이 화가 난 것을 보고 대야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윤북진은 고남연이 던진 장식품을 이리저리 피했다. 고남연은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화를 삼키지 못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윤북진과 싸우기 시작했다. 고남연은 평소 실력은 좋았지만, 윤북진과 비교했을 때 그녀는 아무런 우세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그에게 물건을 던져 그의 얼굴에 약간의 상처를 입혔다. 고남연은 자기 옷을 윤북진의 얼굴에 던졌다. 그러자 윤북진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꼬집으면서 차갑게 물었다. “내가 문제야 아니면 네가 문제야? 아무나 집에 들이다니? 왜 걔를 내 방에 들여다 놓은 거야?” 윤북진은 고남연의 얼굴을 세게 꼬집자 고남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내가 문제라고?’ 고남연은 피식 웃으며 그의 손을 휙 밀쳤다. “윤북진.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안 나는 거면 서경백한테 가서 알려달라고 해. 집에 오면서 내내 누구 이름을 부른 건지는 알아?” 고남연이 그가 어젯밤에 술에 취했던 일을 언급하자 윤북진은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고남연이 자신을 밀어내는 것을 보고 윤북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고남연. 이렇게 나오겠다 거야? 네가 정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지. 오늘 여지수를 이 집으로 불러들일 테니까 여지수한테 자리를 비워주도록 해. 네 물건을 다 정리한 다음에 멀리 썩 꺼지도록 해.” 2년이 넘도록 윤북진과 여지수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여지수가 윤북진의 허락도 없이 그녀를 집으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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