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2장

끝내는 주정연이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이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었다. “남연아, 애가 저렇게 성의를 보이는 데 괜히 아끼지 말고 들어주지 그래.” 주정연의 말에 윤북진은 냉소를 흘렸다. “하긴 애정결핍도 오래됐으니 가서 맛을 좀 볼 때가 됐지.” 그 말을 들은 고남연은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호통하게 웃었다. “경백아, 이연아, 우리 집 그이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데 가서 맛 좀 보고 올게. 재밌게 놀아.” 이내 고남연은 옆에 있는 남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가자, 다른 방으로.” “좋아요, 누나.” 고남연의 말에 대답한 남자는 그녀의 귓가에 다가가 귓속말했다. “정말? 그럼, 그 기술 기대할게.” 고남연의 대답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굳어버렸다. 고남연의 자연스러운 반응에 주정연도 옆에 있는 남자를 데리고 따라갔다. 방 안에 있던 윤북진은 체면이 완전히 바닥에 뭉개져 그대로 다리를 들어 테이블을 콱 걷어찼다. 테이블이 우당탕 넘어지며 마작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여지수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그의 팔을 덥석 잡고는 크게 외쳤다. “북진아.” 여지수가 겁을 먹자 서경백은 그녀에게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며 그녀를 바래다주라고 주변 사람에게 일러뒀다. 입구 쪽, 고남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두 남자에게 어떤 걸 할 줄 아는지, 어떤 자세가 제일 좋은지,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얼마를 버는지 흥미진진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고개를 들려 뒤를 흘깃 쳐다본 주정연은 속이 다 시원해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얼마 후, 다른 스위트 룸 입구 앞에 고남연이 방 열쇠를 들고 나타나자 윤북진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다른 남자와 자려고 하다니, 그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지지 않은 건 다른 사람도 건드릴 수 없었다. 다가오는 윤북진을 본 고남연은 아는 사람을 만난 듯 열정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공교롭네, 너도 자게?” “여지수는! 걔도 부르지 그래.” 윤북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고남연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부부 사이에 내가 너랑은 못 자도 침대에서 어떤 모습인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럼 나중에 이혼하고 나서 누가 나한테 전남편 기술 어떠냐고 묻는데 대답도 못 하면 어떡해.” 고남연의 조롱에 주정연은 귀엽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고남연, 싸구려처럼 굴지 마.” 고남연은 윤북진의 말에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안 그랬으면 너랑 결혼하고 너희 집 침대에서 자겠니?” 고남연과 윤북진은 혼인신고만 했을 뿐 결혼식은 하지 않았다. 원래는 결혼식을 하려고 했지만, 직전에 윤북진이 취소해 버렸다. 그 일은 고남연의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탓에 두 사람의 결혼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고남연이 윤북진한테 가로막히고 고남연이 결혼 얘기를 꺼내자 고남연을 따라왔던 남자는 얼른 나서서 말했다. “누나, 아니면 먼저….” 다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북진은 별안간 발을 들더니 남자의 가슴팍을 발로 찼다. 이내 남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연신 뒤로 물러섰다. 그러다 끝내 콰당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고남연은 끝내 짓고 있던 사람 좋은 미소를 거뒀다. “윤북진, 적당히 해.” 고남연이 남자를 감싸자 윤북진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턱 잡았다. “고남연, 저런 것도 넘어가?” 윤북진의 팔을 확 잡아당긴 고남연이 말했다. “넘어갈지 아닌지는 너랑 상관없지. 넌 너대로, 난 나대로 각자 신경 끄고 알아서 놀아.” 고남연의 고집에 표정이 굳은 윤북진은 그대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목이 잡히자 고남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주정연은 윤북진이 진짜로 화를 내자 얼른 그의 손을 잡았다. “윤북진, 이건 선 넘지.” 주정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쫓아온 서경백과 심이연도 눈앞의 광경에 서둘러 윤북진을 떼어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와 동료에게는 얼른 가라고 눈짓했다. 안 그랬다간 진짜로 무슨 사고가 날지 알 수가 없었다. 오른손으로 자신의 목을 한참 콜록거리다 겨우 숨을 고른 고남연은 두말하지 않고 다리를 들더니 그대로 윤북진의 배를 걷어찼다. 삽시간에 윤북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옆에 있던 서경백 일행도 완전히 얼어붙었다. 고남연이 막가파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윤북진을 노려보던 고남연은 자기 목을 움켜쥔 채 차갑게 말했다. “어디 한 번 더 해보지 그래?” 고남연의 원망 가득한 눈동자를 마주하자 윤북진은 심장이 콱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조금 전 너무 충동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시선을 내리깐 채 한참을 고남연을 노려보던 그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더니 등을 돌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심이연은 두 사람을 밀며 말했다. “됐어, 밤새 소란 피웠으면 됐어. 나머지는 집에 가서 얘기해.” 심아연이 분위기를 풀자 윤북진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낸 뒤 아무 말없이 고남연의 뒷덜미를 잡더니 그대로 데려갔다. 아래 주차장에 도착한 윤북진은 그대로 고남연은 조수석에 내던졌고 고남연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봤다 차에 시동이 걸리고 분위기는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윤북진은 차창문을 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바깥으로 흩어지자 대뜸 입을 열었다.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아무하고 자려고 해. 병 걸릴까 봐 무섭지도 않나.” 고남연은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난 콘돔 써.” 윤북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네가 남자야? 너 뭐 달렸어? 네가 쓰긴 뭘 써?” 윤북진이 화를 내고 나자 고남연의 가방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꺼내보니 진해영의 전화였다. 벌써 피곤해져 크게 숨을 내쉰 고남연이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전화 너머로 진해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연아, 북진이는 찾았니?” 한 손으로는 이마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든 고남연이 무기력하게 말했다. “네, 돌아가는 길이에요.” 조금 전 호텔에서 있었던 싸움에 대해 고남연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윤북진이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진해영은 얼른 입을 열었다. “남연아, 오늘 밤에 꼭 좀 노력해야 해. 벌써 2년이나 지났으니, 너랑 북진이 사이에도 아이가 있어야지. 안 그럼 일 년만 더 있다가 북진이가 이혼이라도 하자고 하면 넌 내놓을 패도 하나 없어.” 진해영의 잔소리에 고남연은 머리가 다 아파졌다. 이런 말도 2년째였다. 한쪽에서는 어떻게든 낳으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낳지도 않으려고 하는 탓에 정신이 다 둘로 갈라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중요한 건 그녀는 낳고 싶지만 윤북진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고남연이 곧바로 대답이 없자 진해영은 경계하며 물었다. “남연아, 너 애 낳기 싫은 거 아니지?” 고남연은 곧바로 대답했다. “낳아요, 낳을게요. 저 낳고 싶어요, 어머니.” 고남연의 대꾸에 윤북진은 흘깃 그녀를 쳐다보더니 엘셀레이터를 꾹 밟아 속력을 높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정적으로 휩싸인 집으로 돌아왔다. 화장실에서 씻고 나온 고남연은 저도 모르게 방금 저 진해영이 하던 말과 하루가 멀다고 물어오던 엄마의 질문이 떠올랐다. 그리하여 굳게 마음을 먹은 그녀는 옷장으로 다가가 섹시한 레이스 속옷을 하나 골랐다. 막 속옷을 입고 가운을 걸치기도 전에 안방의 문이 별안간 벌컥 열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방으로 돌아온 윤북진이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