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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윤경민은 목청을 가다듬고는 앉는 자세를 바로 고치고 말을 이었다. “우리 남연이 또 말하길 이건 전적으로 형의 잘못으로 인해 아무 이유 없이 이혼녀로 만들었기 때문에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해야 할 거래요.” “돈을 충분히 주면, 앞으로 절대 형한테 얼씬도 하지 않을 거래요. 길에서 형을 만나면 멀리 돌아갈 거고 이 결혼에 대해 절대 언급하지 않겠대요. 형을 난처하게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윤경민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윤북진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어딘가 윤경민과 고남연이 그를 욕할 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사실 고남연은 고작 세 마디 한 게 다였고 자신이 큰 공을 세웠다고 여기고 있는 윤경민은 필사적으로 말을 지어내고 있었다. 윤북진이 완전히 정복당하여 말도 못 하는 모습을 보며 윤경민이 다시 입을 놀렸다. “형, 이 정도면 우리 남연이도 충분히 양보한 거죠. 어차피 형은 돈도 많고 돈도 잘 버니까 이 이혼, 시원하게 해요.” “그럼, 나중에 이 얘기가 거론될 때 사람들도 형이 통 크다고 말하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다들 형이 바람을 피운 것만 기억할 거예요.” “게다가, 우리 남연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여자를 만난 것도 아닌데 우리 남연이 창피해서 얼굴이나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 그것도 다 돈으로 보상해야죠!” 말끝마다 우리 남연이, 우리 남연이 하는 윤경민을 윤북진은 말없이 그냥 쳐다만 보았다.. 고남연이 그와 이혼하려고 하는데, 어째 그가 이렇게 흥분하고 신이 나 하는 것인지 당최 이해되지 않았다. 윤북진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꾹 다물자, 윤경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형, 저 잘했죠? 형은 2년이 지나도록 하지 못한 걸 제가 나서니까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됐잖아요.” “잘했네.” 윤북진의 억지스러운 미소에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형, 그럼 내가 방금 말한 보상, 가슴에 깊이 새기세요. 어쨌든 우리 남연이와 오래 알고 지냈잖아요.” “그럼.” 윤경민은 윤북진의 눈빛을 바라보다가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이상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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