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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장

윤북진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일 끝났어?” 고남연은 침대 옆으로 다가와 이불을 젖히고 앉으며 차가운 발을 윤북진에게 문질렀다. "잠깐은, 주정균의 정신상태로 변호하려고 하는데 아직 유효한 진단서를 제시할 수 없어.” 고남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판사가 내일 선처를 해 주정균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어.” 평소 고남연은 농담이 가득해 자신의 무거운 면모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지금 윤북진과 이렇게 열심히 그녀의 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보고 윤북진은 조금 감동이었다. 결혼 후 그들은 이렇게 차분하게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었다. 윤북진은 책을 내려놓고 고남연을 보며 물었다. "과실 치사로 밀고 나가려고?” 고남연이 답했다. "지난번 재판에서 과실 치사를 제기했는데 공소장에선 보복행위가 존재하여 승인하지 않았어. 주정균은 장시간 우울하고 불건전한 성장환경에 오래 머물러 있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게 분명하지만, 진단서를 받을 수 없어.” “윤북진, 이렇게 누군가를 구원해 주고 싶은 느낌은 처음이야. 한사람이 이렇게 억울하다고 느낀 적도 처음이고." 고남연은 자신이 윤북진과 결혼하고 윤북진로부터 2년 넘게 외면당해도 이렇게 자신을 동정해 본 적은 없었다. 고남연은 잠시 멈추었다가 이어서 말했다. "손 주임과 하 변호사 가는 당장 사형이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나는 주정균의 죄가 그 정도까지 아니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그의 생활 형편을 알면 이해할 거야.” 손 주임은 고남연에게 지금 이 열정은 보기 드문 것이니, 계속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남연의 감개무량한 말에 윤북진은 안아주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꼭 보람이 있을 거야.” 고남연은 머리를 윤북진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윤북진은 손을 뻗어 불을 껐다. "내일 법정에 가야 하니 일찍 쉬어.” "응!" 고남연은 대답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다만 근심걱정이 좀 많아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남연이 뒤척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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