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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장

평소에 그를 깍쟁이라고 해도 고남연도 인색하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정성 그룹 소동이 일단락되고 손 주임이 조직한 이번 회식도 끝이 났다. 고남연이 막 룸에서 나왔을 때 윤경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연아, 회식 끝났어?” “이제 막 끝났어.” 고남연이 하품을 하며 나른하게 대답했다. “데리러 갈게.” “아냐. 위치 보내줘. 내가 그리로 갈게.” 얼마 안 되어 윤경민이 위치를 보냈다. 윤경민과 주정연은 해변 리조트 부근의 한 펍에서 술을 한잔하고 있었다. 펍에서는 코스프레 무도회가 한창이었다. 고남연은 막 펍의 문을 열었을 때 그녀를 향해 달려드는 처녀 귀신에게 하마터면 발길질을 날릴 뻔했다. 윤경민은 뱀파이어 코스프레를 했고 주정연은 유치하다며 코스프레를 하지 않고 멋진 숏컷에 꽃무늬 옷차림이었다. 고남연이 막 두 사람과 합류했을 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윤북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가 한 손으로는 귀를 막고 다른 한 손으로 전화를 받았을 때 전화기 너머로 차갑고 쌀쌀맞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디야?” 그가 고작 한눈판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그녀였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다. “펍인데?!” 고남연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고남연, 10분 줄 테니까 당장 튀어와.” 윤북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오늘 밤 얼떨결에 화해를 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던 그와는 달리 눈 깜짝할 사이에 술집으로 가버렸을 줄이야. 더는 그를 상대하기 싫었던 고남연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형이야? 왜 전화했대?” 윤경민이 고남연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 “나도 몰라?!” 고남연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정말 웃기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그를 찾을 때는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에 답장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본인이 직접 전해야 할 중요한 일조차도 그는 하정준을 통해 그녀에게 연락하곤 했었다. 그에게 연락하지 않자 이제 와서 존재감을 과시한다는 게 꽤 가소로웠다. 호텔 스위트룸. 윤북진은 굳은 얼굴로 끊겨버린 핸드폰을 물끄러미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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