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설날, 나는 하예린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며 그녀를 기다렸다. 하지만 하예린은 한 번도 보지 않고 그저 자기 짐을 싸고 있었다.
그녀는 냉랭하게 말했다.
“올해는 너랑 같이 설을 보낼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새해 자정이 되자마자, 하예린의 첫사랑이 어김없이 SNS에 글을 올렸다.
사진 속 하예린은 그의 어깨에 다정하게 기대어 있었고, 창밖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불꽃놀이가 펼쳐져 있었다.
그 아래에 같이 첨부한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녀는 내가 원하기만 하면 모든 걸 버리고 나와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히스테릭하게 따지지 않고, 그저 무심하게 ‘좋아요’를 눌렀다.
하예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급하고 당황스러워 보였다.
“화내지 마. 내년 설에는 꼭 너랑 같이 쉴게...”
나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내년은 없어.”
...
하예린이 집에 돌아온 것은 이미 명절이 지난 후였다.
예전이라면 나는 항상 아파트 입구에서 그녀를 마중 나가곤 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하예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너 지금 어디야?]
나는 점심을 먹으면서 무심하게 답장을 보냈다.
[네가 직접 올라와. 나 밥 먹고 있어.]
잠시 후, 내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하예린이 캐리어를 끌고 올라왔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아직 밥 못 먹었어. 라면 좀 끓여줘.”
평소 같았으면 나는 바로 그녀에게 라면을 끓여줬겠지만, 지금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나 바빠. 너 혼자 내려가서 먹어.”
하예린은 화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화를 꾹 참으며 말했다.
“네가 아직 설날 일로 화난 거 알아. 하지만 지금은 나랑 싸우지 말아 줄래? 나 지금 진짜 배고프단 말이야.”
설거지를 마치고 나는 손을 닦으며 말했다.
“나 화 안 났어.”
하예린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민준이는 혼자 이 도시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어. 어떤 입장이든 간에 내가 가서 그를 챙겨주는 게 맞아.”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응, 알고 있어.”
하예린은 내 눈을 바라보며 마치 내 속을 들여다보려는 듯했다. 그러다 지친 듯 말했다.
“너 이렇게 하면 정말 나 힘들어. 그만 투정 부리면 안 돼?”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투정 부리는 거 아니야. 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
하예린은 잠시 침묵하더니 캐리어에서 비행기 모형을 꺼내 나한테 내밀었다.
그녀는 나를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새해 선물이야.”
비행기 모형에는 포장도 없었고, 심지어 원래 포장지도 구겨져 있었다.
조민준이 SNS에 올린 정성스러운 포장과는 확연히 대비되었다.
나는 아무런 기쁨도 내비치지 않고 그저 예의상 말했다.
“고마워.”
말을 마치고 나서, 나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하예린의 눈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쳤고, 그녀는 화가 난 듯 나에게 물었다.
“그게 다야?”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응, 그게 다야.”
하예린의 얼굴은 잔뜩 굳어졌고, 내 앞에 손을 내밀었다.
“내 선물은?”
그제야 생각이 났다. 나는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미안해, 깜빡했어. 내가 돈 보낼게, 네가 직접 사.”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그녀에게 돈을 송금했다.
하예린의 동공이 커졌고, 내가 잊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어쨌든 매년 새해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우리 둘만의 약속이었고, 나는 그것을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지켜왔기 때문이다.
매년 색다른 선물을 준비해서 하예린에게 주었고, 하예린이 가끔 내 선물을 잊더라도 상관없었다.
분위기는 갑자기 어색해졌고, 나는 소파에 있던 옷을 집어 들고 문을 열어 나갈 준비를 했다.
하예린은 급하게 나를 불렀다.
“어디 가는데?”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친구들이랑 술 한잔하러.”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으며, 하예린의 부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예린과 사귀고 난 후, 그녀의 “술 마시는 거 싫어”라는 말 한마디에 나는 술을 끊었다.
덕분에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내가 분위기를 망친다고 생각했고, 집에서 엄격하게 통제받는 걸 알기에 술자리에 나를 부르지 않았다.
이제야 드디어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