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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장

이에 진태영이 가볍게 웃었다. “나한테 관심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고, 일단 너한테 관심 없는 건 확실해.” 도발에 가득 찬 그의 말투가 배도현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그는 험상궂은 얼굴로 또다시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이번엔 송유진이 망설임 없이 진태영 앞에 막아 나섰다. 그녀는 기세등등한 눈빛으로 배도현을 마주 보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그만해, 배도현!” 이 여자가 이렇게까지 진태영을 지켜줄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배도현은 순간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는 뭔가 생각난 듯 씩 웃으면서 말했다. “유진아, 한재혁이 알면...” 송유진은 안색이 돌변하고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너무 화나서 말까지 더듬었다. “그 입 닥쳐!” 너무 화난 나머지 송유진은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배도현이 만약 한재혁까지 끌어들인다면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녀는 요 몇 년간 발생한 일을 한재혁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모두가 그녀를 자존심도 없이 들이대는 여자였다고 놀려댄 사실을 한재혁이 알아버린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마주하란 말인가? 송유진이 엄청 역겹다고 느껴질 게 뻔한데... 여기까지 생각한 송유진은 짜증이 확 밀려왔다. 그녀가 흥분하자 배도현도 분노가 점점 들끓었다. “대체 뭐가 두려운 건데?” 그는 거만한 자세로 피식 웃으면서 질문을 건넸다. “왜? 들킬까 봐 그렇게 두려워? 이 몇 년 동안 나한테 어느 정도로 아양을 떨었는지 다 알아버릴까 봐 걱정된 거야?” 속내를 그대로 들킨 송유진은 사색이 되었다. 그녀가 아무 말도 잇지 못할 때 뒤에 있던 소다해가 씩씩거리면서 앞으로 나섰다. “야, 배도현! 너 진짜 비겁하다. 유진이랑 다 헤어진 마당에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다시 붙잡는 거야? 자존심도 없어?” 이에 배도현이 싸늘한 눈빛으로 비아냥거렸다. “내가 알기로 소정후 이미 귀국했다던데 넌 아직도 여기서 이러고 있을 여유가 있네?” 소정후 이름 석 자에 소다해는 질식할 것만 같았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파르르 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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