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장

스튜디오를 금방 오픈하다 보니 지출을 줄이기 위하여 모든 일은 두 사람이 직접 발로 뛰어야 했다. 그날 오후 송유진은 새로 인쇄한 팸플릿을 들고 길거리를 누비면서 홍보에 열중했다. 다만 꿈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백화점 입구에서 강희옥을 만날 줄이야. 송유진은 그냥 지나치려고 했으나 상대는 진작 그녀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왔다. “너 나 차단했니?” 강희옥은 늘 그렇듯 고고한 여왕처럼 그녀를 내려다봤다. 마치 하찮은 존재를 쳐다보는 듯 날카로운 눈길로 째려봤다. 그도 그럴 것이 송유진은 꽁꽁 얼어서 두 볼이 빨개졌고 칼바람에 머리가 잔뜩 헝클어졌다. 이런 여자한테서 기품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으니 배씨 가문의 며느리로 들이는 건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강희옥은 더러운 쥐새끼를 쳐다보듯 두 눈에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에 송유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연락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요.” 강희옥은 코웃음을 치면서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 “너희 집안 일도 상관 안 할 거야?” 송유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끄세요.” “내 아들도 상관 안 하려고?” 순간 송유진은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 강희옥한테서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그녀는 송유진이라면 증오와 원망밖에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송유진은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전 이제 도현 씨랑 아무 연관 없어요. 만약 도현 씨가 지아 씨랑 결혼할까 봐 정말 걱정된다면 아줌마가 직접 나서거나 다른 사람 찾아보세요. 아줌마네 집안 일은 더 이상 끼어들고 싶지 않거든요.” 강희옥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면서 야유 조로 말했다. “이래서 안목 짧은 것들은 높은 곳에 오를 수가 없다니까. 애초에 널 우리 가문에 들이지 않길 천만다행이네!” 그녀의 야유에도 송유진은 전혀 기 눌리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다. “아줌마네 집안은 저도 감히 넘볼 수가 없죠. 잘나신 아드님이 이제 꼭 금지옥엽 같은 며느리를 데리고 올 테니 잠자코 기다리기만 하세요.” 이어서 강희옥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