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왜 여기 왔어?”
배도현의 차가운 목소리에 연지아는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얼어붙은 듯 경직된 채 그를 올려다봤다.
“오빠한테 사과하려고 왔어요.”
배도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살폈다.
옷에 눈이 소복이 쌓인 것으로 보아 오랜 시간 동안 밖에서 기다렸음을 짐작하게 했다.
배도현은 아무 말 없이 연지아가 말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연지아는 한 걸음 다가가, 얼어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에 오빠를 돌봐줬다고 말했던 거 말이에요... 사실 제가 돌본 거 아니었어요.”
예상치 못한 고백에 배도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분명 너라고 했잖아?”
연지아의 눈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붉어졌다.
“그날 밤, 저도 오빠에게 가려고 했는데... 숙소 통금시간 때문에 관리인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느라 결국 다음 날 아침 여섯 시쯤이 되어서야 갈 수 있었어요.”
“그럼 송유진이 다녀간 걸 봤겠네?”
연지아는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문 앞에서 기다렸지만 언니가 나오는 건 못 봤어요.”
고개를 숙인 채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오빠, 미안해요. 일부러 속이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오빠가 너무 좋아서...”
말을 끝맺지 못한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흐느끼는 그녀를 보며 배도현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손을 들어 연지아의 머리 위에 얹으며 말했다.
“됐어... 울지 마.”
눈물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든 연지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빠, 아직도 화났어요?”
배도현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차가운 뺨을 손끝으로 닦아줬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말했다.
“네가 뭘 잘못했다고... 들어가자.”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 집 안으로 데려갔다. 문을 닫고 나니 그녀가 들고 있던 분홍색 상자가 눈에 띄었다.
“그건 뭐야?”
“오빠를 위해 준비한 저녁이었는데... 이번엔 오빠 입맛에 맞게 담백하게 만들었어요.”
그녀는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열어보더니 살짝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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