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장
주성윤은 한재혁이 한껏 으스대는 표정을 보자 기가 막혀서 고개를 저었다. 그가 왜 갑자기 화장실에 간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못 봐주겠네. 네가 이 정도인지는 몰랐어.”
“꺼져. 여기서 얼쩡거리지 말고.”
“쳇. 여자친구한테 정신 팔려서 친구도 없다, 이거지? 내가 널 잘못 봤네, 잘못 봤어.”
“안 나가? 안 나가면 주삿바늘로 찌른다.”
한재혁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주성윤이 안 나가면 곧장 찌르기라도 할 기세였다.
주성윤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기지개를 켜고는 빈정댔다.
“됐어. 너 진짜 답도 없다. 연애 바이러스 말기 환자야.”
송유진이 입원 수속을 마치고 돌아왔을 땐 이미 주성윤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궁금해서 물었다.
“성윤 오빠는요?”
한재혁은 눈빛을 깔며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여자친구 만나러 갔어.”
“아, 아직 할 말 있는데.”
“무슨 얘기?”
한재혁이 퉁명스러운 말투를 쓰자 송유진은 그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링거병을 힐끗 보고 물었다.
“이게 몇 번째예요?”
“마지막이야.”
송유진은 방금 처리해 온 서류들을 침대 옆 캐비닛에 놓았다.
“미안해요. 알레르기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미리 알았다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재혁이 끼어들었다.
“이미 몇 번이고 말했잖아. 네 탓 아니야. 괜히 자책하지 마.”
“죄송해요.”
“정 미안하면 날마다 밥이라도 좀 가져다줘. 아까 그건 빼고.”
그 말은 농담인 듯했지만 송유진은 의외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럴게요.”
그때 그녀 가방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아 보니 예전에 연락한 부동산 중개사였다.
“여보세요.”
중개사는 새로 나온 매물이 몇 개 있는데 언제쯤 시간이 되는지 물어왔다.
송유진은 한재혁을 흘끗 보며 차분히 답했다.
“이번 주는 바빠서 어려울 것 같고, 다음 주쯤에나 볼 수 있어요.”
두 사람은 다음 주 월요일에 보기로 했다. 그러고 전화를 끊자 한재혁이 물었다.
“누구?”
“중개사요.”
“아직도 집 못 구했어?”
“시간이 없었어요. 다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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