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8장 신랑의 정체
이서아가 하론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 댄홀 가든은 매우 컸기에 뒤뜰에 계류장이 있었다. 하지만 가든은 지난달 이서아가 떠날 때와 비하면 많이 변해 있었다.
사치스러운 바로크 스타일의 저택에 설치된 알록달록한 유리에는 결혼 풍습에 맞게 여러 가지 장식이 곁들어져 있었다. 동서양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자 촌티 난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너무 독특했다.
정원에는 원래 연한 색깔의 꽃들을 재배하고 있었다. 임정우처럼 단아하면서 우아한 식물이라 임정우가 참으로 좋아하던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프로이드 장미가 좋은 소식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대놓고 알리기라도 하듯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풍선, 컬러 리본 등등 없는 게 없었다. 도우미들도 늘 입던 흑백 메이드 복장을 벗어 던지고 연한 핑크색의 생활한복을 입고 있었다.
“댄홀 가든이 생기고 나서 제일 고통받고 있는 것 같은데.”
이서아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이렇게 말했다.
“퉤퉤퉤.”
집사가 얼른 덧붙였다.
“아가씨, 내일이면 결혼식인데 그런 불길한 단어는 삼가세요.”
이서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네. 불길한 단어는 쓰지 않을게요. 우리가 백년해로하길 바라야죠.”
집사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댄홀 가든이 이렇게 큰 변화를 불러온 건 이번이 처음이긴 합니다. 정소라 사모님 결혼식도 하론에서 하지 않았고 댄홀 사모님의 결혼식은 로피 가든에서 했습니다.”
“그렇다면 영광인데요?”
이서아는 기분이 좋은 듯 이렇게 대답했다.
집사도 진한 색깔의 개량 정장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의 결혼식을 댄홀 가든에서 하는 것도 가든의 큰 영광입니다. 아참, 아가씨가 가든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음식을 준비했으니 천천히 드세요. 그다음에 제가 내일 결혼식에 있을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이서아는 본채로 들어갔다. 본채도 변화가 컸다. 곳곳에 결혼을 의미하는 물건이 놓여 있었다. 이서아는 현관에 놓은 하얀 판에 빨간 테두리의 자기 병사리를 살살 어루만졌다. 이렇게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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