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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장 속죄의 바른 예

오지성이 끌려간 지 한참 지났지만 오지성이 남긴 말은 메아리처럼 방안에 끝도 없이 울려 퍼졌다. 참다못한 김지영이 이서아를 불렀다. “... 아가씨.” 이서아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가슴이 조여와 아픈지 저린지 알 수 없었다. “오지성이 한 말 사실일까요? 엄마가 3년 전에 죽은 게 아니라 아직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말 말이에요.” 이서아가 나지막이 물었다. 김지영도 너무 혼란스러웠다. 아니, 혼란스러운지는 사실 좀 되었다. 김지영이 생각하는 한수호와 요즘 본 한수호가 아예 달랐기 때문이다. 하나는 매정하고 차가운 쪽이라면 하나는 이서아를 위해 어디든 아랑곳하지 않는 쪽이었다. 그곳이 아찔한 벼랑 끝이라 해도 스스럼없이 뛸 수 있었고 위험이 도사리는 하론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출발했다. 이준혁은 이서아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 수 있다는 걸 김지영도 알고 있었다. 하여 김지영도 지금은 모진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아가씨,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서아가 입꼬리를 당겼다. “나는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한수호는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한수호가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은 얕잡아볼 수 있어도 한수호는 절대 아니었다. 이서아가 위험할 때마다 옆에 나타날뿐더러 이서아의 행적을 꿰뚫고 있는 걸 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이런 일을 꾸몄을 가능성이 컸다. ‘엄마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니...’ 이서아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목구멍을 마치 사포로 긁은 것처럼 너무 마르고 아팠다. “... 근데 왜 알려주지 않았을까요? 내가 이런저런 상황에서 수도 없이 확인했는데 왜 진실을 알려주기보다는 범인으로 남는 걸 택했을까요?” 왜 하필 그녀가 그를 미워하게 놔뒀는지 궁금했다. 부모를 죽인 원수가 있는 한 그녀가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아무리 그가 그녀를 위해 피를 흘리고 위험에 빠진다 해도 부모를 죽인 원수는 건널 수 없는 강과도 같았다. 이서아는 갑자기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한수호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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