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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장 원수

한편. 임승환이 허리가 아프다고 한 것은 핑계에 불과했다. 그는 소식을 듣고 방으로 돌아가 얼른 비서를 향해 물었다. “정우가 진짜 배에 탔어?” “승철이가 보기에 뒷모습이 비슷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건 몰라요.” 임승환이 기가 차서 웃으며 말했다. “자기 집 파티에도 떳떳하게 나타나지 못하다니! 대체 왜 숨는 거야? 이게 다 정우 엄마가 잘못 키운 탓이야!” 그는 명령했다. “사람 풀어서 찾아!” 비서가 답했다. “네.” 임승환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카드 게임을 하던 방에 돌아갔다. 그 방에는 현재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유 대표가 이서아를 원했다. 그때 한수호는 시선을 이서아에게 옮겼다. 그녀의 뒤에 위치한 조명으로 인해 이서아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서아 역시 숨을 죽였다. 모든 건 한 번의 선택으로 결정이 난다. 그가 만약 고개를 끄덕인다면 그녀는 오늘 밤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희망을 이 남자에게 걸 수는 없었다. 그건 희망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에. 이서아는 갑자기 피식 웃으며 성큼성큼 다가가 말했다. “대표님들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저도 포커 게임 좀 하는데. 같이 해도 될까요?” 유 대표, 유지호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 비서님이?” 그 말투는 분명 그녀가 분수도 모른다고 비꼬는 것이었다. 이서아는 그의 말 뜻을 알았지만 짐짓 모르는 척 자연스럽게 답했다. “저 포커 좀 해요. 대표님들 수준에 얼추 맞출 수는 있어요.” 유지호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의자 등받이에 비스듬히 기대어 히죽거리며 물었다. “그럼 얘기해 봐요. 여기서 서아 씨 대신 누가 빠져야 할까요?” 용산의 한씨 가문은 거대한 자본을 소유하고 있으며 서종시의 신씨 가문은 벤쳐 캐피탈의 거물이며 강서의 유씨 가문은 지대한 부동산을, 용인의 오씨 가문은 기술의 선두에 있지 않는가. 누군가에 의해 딸려온 그녀 때문에 빠져야 할 인물을 고르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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