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3장 일개 도구가 무슨 타이틀이 필요해요?
한수호의 목소리에 이서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타올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서 있었다.
아침 햇살을 받은 그녀는 오늘따라 더 청초해 보였고 수증기 가득한 곳에서 나와 조금 빨갛게 달아오른 피부는 은은하게 섹시한 느낌을 뿜어냈다.
어젯밤 그의 몸에 매달려 가녀린 음성을 뱉어내던 이서아와 지금의 이서아가 겹쳐 보여 한수호는 저도 모르게 넋을 잃은 채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뭘 말하려고 했었던 건지도 잊어버린 채 그렇게 그녀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서아는 서둘러 타올을 집어 들어 가슴을 가린다던가 소녀처럼 꺅하고 소리를 지르며 욕실로 다시 뛰어간다거나 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렇지 않게 옷장에서 네이비색 가운을 꺼내 입은 후 한수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
그 모습에 한수호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아직 침대 위에 있는 줄 알았어. 다 씻은 것 같으니까 이제 그만 내려와.”
그러고는 다시 문을 닫고 방을 나섰다.
이서아는 그가 사라진 후 입술을 꽉 깨문채 바닥에 널브러진 타올을 세게 걷어찼다.
‘이서아 차라리 그냥 나가 죽어!’
...
이서아는 양치질을 하며 마음을 어느 정도 진정시킨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아래로 내려가며 그녀는 어젯밤 일을 되짚어 보았다.
충동적으로 한수호를 찾아온 건 술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어서인 것도 있고 꾹 눌러왔던 감정을 한꺼번에 터트려버릴 극단적인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도 있다.
한수호와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인해 불필요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다.
고작 한번 잠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갑자기 모든 것이 180도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이서아는 속으로 한수호는 그저 도구일 뿐이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1층으로 내려가자 마침 한수호가 식탁에 마지막 그릇을 올려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식탁 위에 있는 꿀물을 본 이서아는 컵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정민 씨와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던 거예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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