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3장 남은 시간

이서아는 한수호의 뻔뻔함에 점점 적응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구시렁거렸다. “혼내는 것도 말 거는 거로 생각하려면 마음대로 해요. 이제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고요.” 한수호는 말없이 이서아를 바라보았으며 입가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제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이서아만 옆에 있으면 뭘 해도 좋았다. 어느새 봉천진에 도착하고 이서아는 국화 두 송이를 들고 차량에서 내렸다. 한수호는 이서아의 뒤를 따르지 않았으며 얌전히 차에 앉아 기다렸다. 한수호는 고개 숙여 핸드폰으로 업무 처리를 했다. 유지호와 신강우 등 여러 폭탄이 차례대로 처리되고 두 가문이 사성 그룹을 나가게 되면서 오직 스타 그룹과 오문 그룹만이 남겨졌으며 금전적 압력이 점점 커졌다. 사고가 잇달아 벌어지니 대중이 사성 그룹에 대한 의심이 점점 커졌다. 창립인 네 명 중 세 명이 형사 사건에 연루되는데 게다가 오지성은 상해죄로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그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결국 남은 한수호가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다. 한수호는 이 상황이 왠지 웃겨 입꼬리를 올렸고 바로 주먹으로 입가를 막고 마른기침으로 무마했다. 이어 숨을 고르게 쉬며 최대한 마음이 편해지도록 했다. 손을 잠시 내려 둔 한수호는 핸드폰 뒷면을 톡톡 두드리며 하던 생각을 멈췄다. 겨울이 서서히 지나가고 세울의 날씨도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낮엔 해가 들어 따뜻했는데 골목에 세워진 차량에도 빛이 들었다. 그러나 한수호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30분가량이 지나고 이서아가 이씨 저택에서 나왔다. 한수호는 이서아에게 미리 사둔 음료수는 건넸으나 이서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받지 않았다. “아까 한 무리 학생들이 지나갔는데 다들 한 손에 하나씩 들고 있길래 맛있어 보여서 사 왔어. 따뜻한 걸로 샀는데 먹어볼래?” “난 단 걸 안 먹어요.” 한수호가 손을 내렸다. “그래, 그럼. 양 부모님이랑 더 오래 있고 싶지 않았어? 비록 세울에 있지만 자주 오지는 못하니까 좀 더 있어도 돼.” “다시 물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