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9장 내연남

이서아는 창가로 걸어가 유리잔 두 개를 꺼내 물을 반쯤 채운 후 임정우에게 건넸다. 임정우가 컵을 받으려 하자 그녀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이렇게 급하게 돌아온 거 혹시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기 때문이에요?” 임정우는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서아는 역시나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을 보아냈다. 그녀는 그의 약혼녀로서 다른 남자와 그런 일을 겪었으니 비록 약물의 영향이었고 실제로 끝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그에게 해명해야 했다. 이서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며 미간을 찡그렸다. 임정우는 컵을 받으며 그녀를 탓하는 기색 없이 차분하게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어. 난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알고 있어.” 그의 처리 방식을 알고 있는 이서아는 그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 역시 알고 물었다. “그럼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거예요? 한수호도 당했잖아요.” “한수호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게 아니야.” 임정우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긴장했어? 내가 한수호에게 문제를 일으킬까 봐 두려워?” 임정우는 그녀가 어젯밤에 한수호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그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그녀가 한수호에게 해를 끼칠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었다. 이서아는 처음으로 그의 눈을 피했다. “지금 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은 경북 놀이공원이에요. 여론이 계속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해요.” 그녀는 숙취로 인하여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머리가 평소처럼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민감하게 느꼈다. 임정우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오늘 밤 경북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했어. 짐을 싸서 먼저 가 있어. 이쪽 일이 처리되면 너와 합류할게.” 이서아는 불안하게 물었다. “여기서 무슨 일을 처리하려고요?” 임정우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하여 말했다. “김지영이 너와 함께 갈거야. 네가 김지영과 함께라면 난 좀 더 안심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