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9장 내가 마실 게

그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이서아에게로 쏠렸다. 이서아는 웃음기 없이 가식적으로 웃었다. “실수.” 하지만 이서아의 표정은 말투처럼 가볍지 않았다. 마치 겨울날 두껍게 얼어있는 레이첼 호수 같았다. 이서아는 바닥에 앉은 백인하를 보며 눈이 빨갛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백인하는 위험함을 감지하고 바닥에 앉은 채 울면서 뒷걸음질 쳤다. 한수호가 얼른 이서아 쪽으로 다가가 이서아의 손을 잡았다. 이서아가 시선을 한수호에게로 돌렸다. 한수호는 미간을 찌푸리고 이서아의 손을 살폈다. 이서아의 손바닥은 부서진 유리 조각에 긁혀 피 나고 있었다. 그 피가 바닥에 떨어져 빨간 장미처럼 피어났다. 자세히 보니 그래도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긁힌 상처가 두 군데 있었는데 늘 장갑을 끼고 다녔기에 상처가 깊지는 않았다. 신강우가 고개를 돌려 도우미에게 말했다. “구급상자 가져와요.” 이서아는 한수호가 잡은 손을 빼려 했지만 한수호가 더 꽉 움켜잡았다. “나 지금 기분이 엉망인데 좋은 말로 할 때 놔요. 손이 올라갈 수도 있어요.” 한수호가 되물었다. “한두 번이야?”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봤다. 한 사람은 차가움 속에 요동치는 감정을 숨기고 있었고 한 사람은 덤덤한 표정으로 상대를 관찰하고 있었다. 다른 쪽에 앉아 있는 오지성과 신강우가 티 나지 않게 눈길을 주고받았다. 오지성이 미소를 지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시선을 돌린 신강우가 강소현 옆에 놓인 술 두 병을 힐끔 쳐다봤다. 매실주의 색깔은 연한 녹색이었다. 마치 동화에서 불안한 기운을 뿜어내는 독약 같았다. 이서아의 시선이 다시 바닥으로 향했다. 백인하는 이미 한바탕 토한 상태였다. “내가 언제 멈추라고 했죠?” 노정민이 백인하의 머리채를 잡고 술병을 잡더니 입에 쏟아 넣었다. 노정민은 종래로 누군가에게 젠틀하다고 한 적이 없었다. 노정민의 원칙은 단 하나, 이서아를 다치게 한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서아가 놀렸다. “한 대표님, 사랑하는 여자가 어떤 꼴인지 좀 봐요.” “보고 있어.” 이서아가 가리킨 건 백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