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0장 대놓고 싸우다

한수호는 고개를 돌려 하은영에게 눈빛을 보냈다. 하은영은 바로 알아차리고 뒤에 따라가던 직원들을 조금 더 뒤로 물러나게 지시했다. 직원들은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리지 않을 만큼 몇 발짝 뒤로 물러나서 걸었다. 한수호의 눈빛은 한층 더 차가워졌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아프다니요? 몸이, 아니면 마음이요?” 업무시간의 복도는 조용하고 한적했고 비춰 들어오는 햇빛에 반사되어 바닥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두 남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고 모두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예의를 차리면서도 차가운 표정은 막상막하였다. 그리고 임정우가 입을 열었다. “그날 저녁 회사에서 야근하다가 열이 났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어요. 결국 열이 너무 올라 머리가 어지러워 탕비실에 가서 약을 먹으려 했는데 그만 중심을 잃고 잔을 깨트리며 쓰러졌죠.” “경비실 직원도 탕비실에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모두 퇴근한 줄 알고 불을 끄고 문을 잠갔어요.” 그러자 한수호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 “아무리 연락해도 연락이 안 돼서 사람들을 시켜서 서아를 찾았어요. 날이 밝아서야 탕비실에서 서아를 찾을 수 있었고 서아는 깨어나서 악몽을 꿨다고 했어요. 그래서 무슨 악몽을 꿨냐고 물었더니... 예전의 일들을 꿈에서 보았다고 했어요.” 한수호의 낯빛이 점점 하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임정우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 기간에 서아는 회사 일도 마음처럼 안 되고 계속 전 직장에서의 일들이 생각난다고 했어요. 전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 겪은 일들 이 모든 것들이 서아의 답답한 마음을 더 힘들게 했어요.” 이서아의 전 직장이라면 SY그룹에서 신강우의 비서로 일했던 경력이다. 하지만 이서아가 악몽을 꿀만큼 그녀를 괴롭혔던 건 자신이라는 걸 한수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이서아는 아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한수호를 위해 일하던 시간이 떠올랐을 것이다. “감정이 격앙되었고 악몽에서 깨어나서 혼자 휴대폰도 없이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 고립되어 있었으니 슬픔과 절망이 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