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2장 기대

한수호가 덤덤하게 말했다. “나 한두 날 봐? 늘 그랬는데 새삼스럽긴.” 이서아는 한수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를 굴복하게 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런 표정이었다. 이서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한수호가 말했다. “나긋나긋하게 말해도 안 들어주니 네가 제일 익숙한 방법으로 대할 수밖에.” 이서아가 차갑게 웃었다. “이거 놔요.” “춤 아직 안 끝났어. 뭐가 그렇게 급해? 중간에 떠나는 건 예의가 아니지.” 한수호가 억지로 이서아를 빙글빙글 돌렸다. 이서아는 5분이 5년처럼 느껴졌다. 한수호는 이서아의 손을 꼭 잡았다. 이서아는 오늘 드레스에 긴 벨벳 장갑을 맞춰 끼고 있었다. 한수호도 이서아를 더는 약 올리기 싫었기에 화제를 돌렸다. “구정에 봉천진에서 며칠 지냈다며. 매일 꽃집에서 백합 세 송이를 사서 부모님 빈소에 놓아드리고. 근데 전에는 네 송이 아니었어? 왜 한 송이 줄어든 거야?” 이서아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나 감시해요?” 아니면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한수호도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사실 백합의 의미가 뭘까 고민해 봤는데 이제 좀 알 것 같네. 우리 네 사람 맞지? 유지호를 무너트렸으니까 한 송이 줄어든 거고.” 한수호가 고개를 숙이자 이서아와 확 가까워졌다. “언젠간 한 송이도 안 남겠지?” 한수호도 곧 이서아의 손에 제거되고 말 것이다. 한수호는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서아는 한수호의 까만 눈동자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봤다. 그렇게 한수호를 볼 때 어떤 표정인지도 알 수 있었다. 정말 좋은 표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동시에 음악이 끝났다. 이서아는 다른 하객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까 봐 얼른 가식적인 미소를 장착했다. 하지만 말투만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드디어 끝났네요. 한 대표님을 가까이할 때마다 벌받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것도 한 대표님의 능력이겠죠? 3년 전으로 돌아간 줄 알았네요.” 3년 전 그를 가까이할 때마다 최면을 걸지 않으면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