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1장 내가 이렇게 빌게요
“별 뜻 없는 것처럼 지나가는 말로 자선 재단을 설립하자고 하면서 내 경계심을 낮추더니 선전한다는 명목으로 승마 대회까지 열었죠. 모금한 금액을 300억까지 올릴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유지호는 웃으며 맞은편에 앉은 이서아를 바라봤다. 아직 서른 살도 안 되는 매우 어린 나이였다.
이서아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승마 대회에서 졌다는 핑계로 비밀번호를 내게 맡겼죠.”
직접 비밀번호를 맡기는 것보다 ‘내기’에서 져서 주면 자연스러워 보일뿐더러 유지호의 의심까지 덜 수 있었다.
이서아가 놓은 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기에 발견하기가 어려웠고 막을 수조차 없었다.
유지호가 감탄했다.
“비밀번호를 내게 맡기는 게 치즈를 쥐에게 맡기는 거랑 뭐가 달라요? 빚이 내 숨통을 조여온다는 걸 알고 있었죠? 그러면 언젠가 내가 궁지에 몰리게 되면 반드시 재단 자금에 손댈 거라는 걸 말이에요.”
그리고 이서아는 전에 심어놓았던 폭탄이 터지기 전에 용산을 떠났다. 혐의에서 벗어나려는 것도 있고 유지호가 돈을 빌리려 해도 사람을 찾지 못하게 하려는 것도 있었다.
유지호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도둑을 잡으려면 훔친 물건을 찾아내야 하고 바람피운 걸 잡으려면 사람을 잡아야 하는데 나는 물건과 사람을 다 걸리고 말았으니 반박할 힘조차 없네요.”
이서아는 유지호가 이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도 반박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그가 한 말이 다 맞다는 뜻이었다.
이서아가 한마디 보충했다.
“승마 대회에서 한수호 몸 상태가 어떤지도 확인했어요. 몸이 확실히 안 좋더라고요.”
유지호가 웃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네요.”
이서아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누가 공금 횡령을 고발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아까만 해도 청산유수던 유지호가 지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궁금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서아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성공하면 꼭 알려주라고 했는데.”
이를 부탁한 사람은 여자였다.
유지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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