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7장 첫사랑

해가 뜨자 안개가 서서히 가셨다. 한수호는 이서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이서아가 입을 열었다. “정우 씨는 내가 오랫동안 좋아한 첫사랑이에요. 한 대표님도 진작에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부부인 척만 하겠어요?” 한수호가 손수건을 내민 이서아의 손을 꼭 잡았다. 표정은 여전히 덤덤한 게 아무 변화가 없었지만 점점 커지는 손아귀 힘이 그의 감정 기복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서아는 뿌리치려다 실패하자 아예 포기하기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한 대표님, 이거 실례 아닌가요?” 한수호의 까만 눈동자는 여러 가지 정서가 섞여 있었다. 이서아의 손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고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이서아가 미간을 찌푸리자 한수호가 결국 손을 놓아줬다. 한수호가 이서아의 손에서 손수건을 앗아가서는 입술을 막고 몸을 돌리더니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서아를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내일 깨끗이 씻은 손수건과 부동산 양도 계약서를 아일랜드 호텔로 보낼게.” 이서아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한 대표님.” 몸을 돌리려는데 기침을 진정한 한수호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연락처가 없더라고. 추가해야 연락하기 쉬울 것 같아서.” 이서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웃더니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한 대표님 언제부터 이렇게 예의를 차렸죠?” 말만 하면 바로 그녀에 관한 모든 자료를 얻을 수 있을 텐데 직접 카톡 추가하러 온다는 게 한수호답지 않았다. 한수호가 아무 말 없이 연락처를 저장하자 이서아가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서 먼저 갈게요. 유 대표님, 오후에 시간 잡아서 자선 활동에 관한 얘기 마무리해요.” 유지호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래요.” 이서아를 태운 차가 떠나고 나서도 한수호는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기침은 멈췄지만 안색은 좋지 않았다. 유지호도 이를 보아냈다. “한 대표님. 한 대표님. 괜찮아요? 병원에 데려다줄까요?” 한수호가 손수건을 꽉 움켜쥐더니 말했다. “괜찮아요.” 뭐 고작 가슴을 칼로 후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