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6장 한번 해보시든지

한수호가 말했다. “본가에 빈소를 마련했어요. 친척들과 지인들의 조문을 받고 사흘간의 장례를 치른 후 화장하여 한씨 가문의 묘지에 모실 겁니다.” “...” 김은실이 묻고 싶었던 것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손수건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건 장례 절차대로 처리될 일이니 장례위원회가 알아서 할 거야. 내가 묻고 싶은 건 네 아버지가 유언을 남기지 않으셨냐는 거야. 돌아가신 후에 한씨 가문의 재산을 어떻게 나누라는 말씀을 남기지 않으셨냐고...” 김은실은 거듭 강조했다. “물론 지금 당장 재산을 나누자는 말은 아니야. 하지만 곧 지인들이 찾아오면 분명 은근슬쩍 물어볼 텐데 우리끼리 말이 다르면 사람들이 비웃을 것 아니겠니.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말을 맞추자는 거지.” 한웅의 시신이 아직 차갑게 굳어버리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벌써 재산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그것도 전혀 서두르는 게 아니라는 듯 말이다. 한수호는 손에 낀 반지를 돌렸다. 그의 얼굴 절반은 복도 조명 아래에 드러나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아버지가 매달 주시던 용돈은 앞으로도 계속 드릴게요.” 김은실이 곧바로 물었다. “그럼 수연이랑 현지는?” 한수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누구 말씀이신가요?” 두 사람을 한수호가 모를 리 없다는 생각에 김은실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수연이는 네 친동생이고 현지는 네 조카야. 그 애들도 한씨 가문 사람이잖아. 한씨 가문의 재산에 두 사람의 몫은 없다는 거야?” 한수호는 입가에 조소를 띠며 말했다. “한씨 가문의 호적에 두 사람의 이름은 없습니다.” “호적에는 없어도 혈육관계인 건 맞잖아. 법적으로도 혈육관계이면 동등한 상속권이 주어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권리를 박탈할 생각이야?” 사실 그들은 2년 전부터 이미 사이가 틀어졌지만 한웅이 살아있는 동안 겉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표면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 하지만 한수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그녀를 따뜻하게 대우한 적이 없었다. 한웅이 떠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