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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아이를 낳다

한수호는 감정이 헤픈 사람은 아니었다. 그를 만난 3년간 그에게 여자란 오직 이서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 전에는 사랑을 나누지 않겠다는 백인하의 생각을 존중해야 했기에 욕구를 풀기 위해서라도 이서아라는 도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서아는 한수호가 백인하를 칭찬하던 게 기억났다. 가정교육을 잘 받아서 그렇다는 말까지 더했다. 하긴, 한수호 눈에 이서아는 가정교육을 잘 받은 참한 여자는 아니었다. 아니면 그렇게 아무 명분도 주지 않고 3년을 만나다 헌신짝처럼 내던지지는 않았겠지. 한수호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데 방해되지 않게 먼저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는다라, 이서아는 자기도 모르게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 심장에서 전해지는 아픔이 눈가로 이어졌고 이내 눈물을 뚝뚝 떨궜다. 씁쓸함이 뭔지 뼈저리게 알 것 같았다. ... 한수호는 백인하를 아파트까지 데려다주고는 늘 그랬듯 당부했다. “조심히 들어가고. 일찍 자.” 백인하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느릿느릿 안전벨트를 풀었다.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려던 백인하가 입술을 꽉 깨물고는 고개를 돌려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한수호를 바라봤다. “대표님, 단지에 고장 난 가로등이 하나 있는데 너무 어두워서 무서워요.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 한수호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었다. “진짜 그냥 데려다주기만 바라는 거야?” 백인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니면 시간도 늦었고 운전해서 돌아가기도 힘든데, 오늘 밤은...” 사실 이렇게만 말해도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한수호가 그런 백인하를 보며 물었다. “어머니가 아무 남자나 집에 들이지 말라 했다면서?” 백인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아까 저랑 결혼하겠다고 했잖아요. 그럼 아무 남자는 아니죠.” 한수호는 그저 백인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이에 백인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전에 알게 모르게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운 건 쉽게 가지지 못할수록 더 안달난다는 걸 알기에 그랬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하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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