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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스카이 별장

술자리가 끝난 후 이서아는 바이어들을 하나씩 차에 태운 다음 길가의 전봇대에 기댔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것 같았고 오장육부 중 하나가 지끈지끈 아팠다. 입술에 바른 립스틱이 다 지워져 핏기라곤 전혀 없었다. 한수호의 운전기사는 그녀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이서아와 한수호의 관계를 알고 있는 운전기사가 서둘러 말했다. “이 비서님, 먼저 차에 타시겠어요?” 이서아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2분 후 차 문이 다시 열렸고 한수호와 그 그녀가 차 옆에 서 있었는데 아무래도 함께 차에 타려는 듯싶었다. 그런데 이서아가 탔을 줄은 예상치 못했던 한수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자리를 차지했다고 탓하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서둘러 조수석 차 문을 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제가 앞에 앉을게요.” 그런데 한수호가 차 문을 쾅 닫았다. “먼저 인하를 집으로 데려다줘.” 이서아는 피곤한 나머지 두 눈을 꼭 감았다. 유산한 지 네 날 만에 술을 마셔 몸에 부담이 많이 갔다... 그렇게 차가 오래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한수호가 갑자기 곤히 잠든 이서아의 손을 밀었다. “골목이 너무 어두워서 위험해. 이 비서가 인하를 집까지 데려다줘.” 백인하의 두 눈이 어찌나 크고 동그란지 어두컴컴한 차 안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괜찮아요, 대표님. 서아 언니 안 그래도 힘들어 보이는데 데려다줄 필요 없어요. 이 길은 매일 다니는 길이라서 괜찮아요. 혼자 올라갈 수 있어요.”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내린 후 차 문을 붙잡고 뒷좌석에 앉은 한수호에게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은 서아 언니를 데려다주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한수호의 얼음장같이 차갑던 표정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래. 너도 잘자.” 이서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운전기사도 이서아를 집까지 데려다주지 않았다. 한수호의 부하인 운전기사는 그의 눈짓 한 번에 바로 알아듣고 스카이 별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한수호의 거처였다. 두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이서아가 아직 불을 켜기도 전에 한수호는 그녀를 문 쪽으로 밀어붙이고 입을 맞추었다. 화들짝 놀란 이서아는 한수호의 손을 잡고 고개를 돌렸다. “잠깐만요... 나 오늘 몸이 좋지 않아요.” 그러자 한수호의 얼굴에 곧바로 불쾌한 기색이 나타났다. “혼자 택시 타고 가, 그럼.” 그러고는 주방으로 걸어갔다. 이서아는 그제야 불을 켰다. 한수호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머리를 약간 뒤로 젖히면서 벌컥벌컥 삼키자 그 모습이 참으로 섹시해 보였다. 역시 용산 한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다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한수호는 생리적인 욕구를 해소할 때만 이서아를 스카이 별장으로 데려갔다. 이건 3년 전에 그녀를 도와 ‘자유’를 얻게 한 후부터 이어진 관습이 되었다. 이서아는 집에 가지 않고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렇게 필요하면 아까 왜 인하 씨를 데려오지 않았어요? 대표님 인하 씨를 마음에 들어 하잖아요.” 한수호는 부인하지 않고 웃을 듯 말 듯 하는 얼굴로 말했다. “눈치챘어?” ‘못 챘을 리가 있나...’ 이서아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언제부터예요? 신분은 뭔데요?” 한수호는 백인하를 언급할 때마다 말투도 달라졌다. “며칠 전에 용산 대학교에서 만났는데 예술전공 학생이야. 아무것도 모르니까 일단 비서의 조수 일부터 시켜.” 이서아는 피식 웃었다. 며칠 전에 그녀가 유산하여 입원했을 때 한수호는 대학생을 곁에 두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한수호의 셔츠 칼라를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대학생 좋죠. 깨끗하고 길들이기도 쉽고.” “지금도 충분히 좋아.” 한수호는 그녀의 턱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만지면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누구나 다 너처럼 길들일 수 있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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