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통제

그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질 것 같았다. 이서아는 한수호의 질문에 꼭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화제를 돌렸다. “안 대표님이 처리하신다고 하니까 인혁 씨와 김 대표님 별문제 없겠죠.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녀의 태도가 어찌나 차분한지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듯 했다. 한수호는 이서아를 싸늘하게 쳐다보다가 그녀가 돌아선 후 입을 열었다. “그 일이 지난 지 일주일이야. 아직도 화가 채 안 풀렸어?” 잠깐 멈칫한 이서아는 그의 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그날 그녀가 병원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 화가 나서 그저 화풀이한 것이기에 시간이 지났으니 풀릴 때도 됐다는 뜻이었다. 사실 나중에 이서아는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받은 모든 억울함을 털어놓았으니 한수호에게 얼마나 하찮게 보였겠는가. 이서아는 할 얘기가 없었다. 이미 회사도 그만뒀기에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더 이상 예전처럼 그의 마음을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한수호는 절뚝거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표정이 더욱 차가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승원은 소인혁과 김일명과 함께 경찰서에서 나왔다. 나오면서 그들을 혼냈다. “다 커서 쌈박질 때문에 경찰서에 와? 너희들이 중학생이야?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아주!” 그러자 김일명이 손이야 발이야 빌었다. “승원이 형, 오늘 고마웠어. 이 일 절대 아버지 귀에 들어가선 안 돼. 아버지가 아시면 내 다리 분질러버릴 거란 말이야.” “비밀 지켜줄 수는 있어. 하지만 앞으로 생각 좀 하고 움직여.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같이 자란 사람들끼리 주먹질해서야 하겠어?” 안승원은 집안이 좋은 건 물론이고 인품과 능력도 좋았기에 이런 말투로 혼낼 자격이 충분했다. “알았어, 알았어.” 김일명이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이서아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감히 물어볼 수도 없어 그저 머리만 긁적이다가 먼저 갔다. 소인혁은 계단 아래로 내려와 한수호에게 물었다. “형, 수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