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장 앞으로 계속 그와 함께하다

이서아가 사진첩을 뒤졌지만 사진을 찾을 수 없다. 그녀는 또 한수호의 카카오톡을 열어 자신의 계정을 찾았지만 채팅 화면도 텅 비어 있었다. ‘한수호가 거짓말을 한 걸까? 사실 사진을 찍지 않았던 걸까?’ 이서아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이렇게 순진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한수호는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사진은 다른 곳에 따로 저장했을 가능성이 컸다. 욕실의 물이 멈추는 소리를 듣고 이서아는 핸드폰을 꽉 쥐고는 벽 모퉁이를 향해 내리쳤다. 탁! 그 안에 만약 사진이 있다면 핸드폰을 부수면 사진이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 그때 한수호는 축축한 물기가 온몸에 묻은 채 욕실을 나서다가 마침 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차가운 시선은 바닥에 세 개로 쪼개진 핸드폰을 훑어보고는 이서아에게로 넘어갔다. “이 세상에 클라우드라는 게 있다는 거 몰라?” 이서아는 애써 감정을 억제하며 말했다. “대체 원하는 게 뭐예요? 잠도 잤겠다. 아직도 부족해요?” 한수호는 그녀와 동일한 제품의 가운을 입고 있어 언뜻 보면 두 사람의 모습이 친밀해 보이기도 했다. 그가 벽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족해. 내가 언제 부족하다고 했어?” 그 말에 이서아는 또박또박 말했다. “사진 지워요.” 양복을 입지 않은 한수호의 모습은 평소와 달리 나른해 보였다. “한번 만족하는 거랑 계속 만족하는 거. 이 간단한 문제를 내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모를 것 같아?” 그러니까 그의 말은 사진으로 그녀를 협박해 앞으로 계속 자겠다는 걸까? 이서아는 숨이 턱 막혔다. “내가 고소할 거란 생각은 안 해요?” 그야말로 무법천지에 사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한수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먼저 몸을 돌려 침실을 나섰다. 여기는 스위트룸이었다. 그는 거실로 가서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어 하은영에게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이 비서의 옷도 한 벌 챙기라고 했다. 비서실에는 이서아의 동료가 두 명 있었는데 각각 하은영과 조인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