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장 반박할 수 없다

이서아는 저도 모르게 남자의 니트를 꼭 잡았다. 한수호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힐끔 바라봤다. 이제 와서 그에게 기대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다시 주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연? 그럼 사람을 잘못 봤네요. 이 사람은 내 비서입니다.” 주용진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미연이 맞아요. 제가 사람 잘못 볼 일이 없거든요.” 한수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는 거예요?” 그의 말투는 엄숙하지 않았지만 그는 사람 자체가 워낙 카리스마가 넘쳤기 때문에 가만히 서 있어도 분위기를 압도했다. 이런 위엄은 몇 대 동안 쌓아온 한씨 가문의 재력과 권력, 그리고 비즈니스계에서의 스타 그룹의 지위와 한수호가 젊은 나이에 대단한 결단력으로 비즈니스계에서 이름을 날린 데서 비롯된다. 한수호는 충분히 거만할 자격이 있었다. 그래서 자기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는 말에 주용진은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주용진의 얼굴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한수호에게 겁을 주려고 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그가 협박을 당했으니 말이다. 이어서 한수호는 이서아를 그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믿지 못하겠으면 한 번 봐요. 주용진 씨가 말한 미연인지, 내 비서인지 확인해 보라고요.” 이서아는 두 사람의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한수호가 그녀를 보여주려고 하자 그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주용진은 한수호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표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없이 차가웠다. 그들은 서로 30초간 대치했지만 결국 주용진은 한발 물러서며 가식적인 미소를 다시 지어 보였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대표님, 천천히 가세요.” 키 작은 남자는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형님, 저 여자 맞아요! 이대로 내보내면 안 된다고요! 얼마나 많은 일을 알고 있는데!” 주용진이 입술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대표님이 누구라고 하면 누구인 거야. 저리 비키지 못해?” 두 남자는 주용진한테 혼나고서야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한수호는 단호한 눈빛으로 이서아를 안은 채 성큼성큼 그들 앞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