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장 의심
깊어져 가는 밤, 이슬이 짙어지며 번진 얇은 안개가 가로등 아래 어렴풋이 비쳤다.
이서아가 덤덤하게 말했다. “나 의사 아니에요. 나한테 보여줘도 치료할 수 없으니 대표님은 의사를 찾아가는 게 좋겠네요.”
이서아는 말 속에 다른 뜻이 담긴 한수호의 말에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으려 했다.
한수호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창문에 어렴풋이 비친 이서아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서아는 그의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코트가 워낙 컸기에 원래도 가냘픈 그녀를 더 초라하게 보이게 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지쳐 보였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핏기 없는 얼굴은 약간 창백해 보였다. 3년 전 비 오던 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수호가 고개를 돌렸다. “변한 게 없네.”
이서아는 한수호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깊이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 “오늘 일은 소 매니저가 일부러 나 골탕 먹이려고 저지른 거예요.”
“그래서? 내가 대신 따져주길 바라는 거야?”
한수호는 히터 온도를 높였다. 따뜻한 공기가 나무 향과 함께 차 안에 퍼지며 긴장된 마음을 달래주었다.
“감히 그럴 생각은 없어요. 그냥 대표님께 말씀드리는 거예요.”
소윤정이 한수호의 사람이라는 건 둘째 치고, 상대가 낯선 사람이었어도 한수호는 그녀를 도와줄 것 같진 않았다.
이서아는 단지 그에게 이 일이 있었다는 걸 알려줘 마음속에 새겨두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서아는 곧 이 말을 하는 게 쓸데없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수호가 정확하게 그녀를 찾아낸 게 소윤정이 그에게 알렸기 때문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잠깐...
이서아가 갑자기 물었다. “대표님, 설마 소윤정 씨와 같이 짜고 나를 함정에 빠뜨린 건 아니죠?”
한 사람이 그녀를 버리고, 한 사람이 그녀를 찾아오는 시나리오 아닌가?
한수호의 안색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뭐라고?”
그저 한순간 스쳐 지나간 생각이었다. 이서아는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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