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장 백인하는 아무것도 아니야

소윤정은 전화를 끊고 간단히 준비한 다음 시간을 맞춰 옆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문은 닫혀 있지 않아서 살짝 밀자 열렸다. 소윤정이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한수호가 소파에 앉아 있고 테이블 위에 위스키가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소윤정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대표님은 같이 술 마시자고 나를 부른 거예요? 난 특별히 화장도 하고 향수까지 뿌렸는데. 게다가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길 줄 알고 제일 섹시한 치마까지 입었다고요.” 한수호는 고개를 들어 소윤정의 빗지도 않은 머리, 메이크업하지 않은 민낯과 꽁꽁 껴입은 패딩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없이 술을 한 잔 더 마셨다. 소윤정과 한수호의 관계는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소윤정은 다른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는 팔을 무릎에 올려놓고 손바닥으로 턱을 짚으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수호를 바라보았다. “기분 안 좋아요? 왜요? 서아 씨가 화나게 했어요? 아까 배달 음식 가지러 내려갔다가 피아노 앞에서 두 사람이 얘기 나누는 거 봤어요.” 한수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윤정을 바라보았다. 소윤정은 갑자기 자연스럽게 말을 바꾸었다. “서아 씨는 무조건 아니겠네요. 서아 씨가 뭐라고 대표님 기분에 영향을 주겠어요. 그럼 백인하 씨죠?” 한수호는 취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백인하는 아무것도 아니야.” 소윤정은 의심하는 듯한 눈빛으로 한수호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야 가짜야?” 전에 한수호가 백인하를 대하는 태도로 보면 소윤정은 지금 한수호가 괜히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백인하는 자신의 첫 연애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면서 전에 다른 남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익명으로 백인하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사진을 한수호에게 보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순결했던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진 것이다. 그러니 한수호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카카오톡도 차단하고 전화도 안 받으며 바로 출장을 떠났다. 한수호가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