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장 날 개처럼 여겼잖아요

’자기 옆으로 돌아오라니. 조건을 마음껏 제시하라고?’ 이서아가 물었다. “예를 들면요?” 흑백 건반이 규칙적으로 연주되고 잔잔한 곡이 흘러나왔다. 한수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석 비서 자리는 아직 네 거야.” 이서아가 다시 물었다. “그리고요?” 한수호가 이어서 말했다. “연봉 올려줄게. 그리고 보너스까지.” 그러나 이서아도 계속 물었다. “네. 다른 건요?” 한수호는 고개를 돌려 이서아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한수호의 기억 속에 이서아는 이렇게 욕심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협상을 원한다는 건 아직 돌아오고 싶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한수호는 피아노 연주를 멈추었다. “너 아직 차 없지? 출퇴근하는 게 어렵겠네.” 이서아는 가볍게 웃었다. 한수호와 함께했던 3년 동안 집과 차는 물론, 주얼리나 가방도 사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쉽게 사준다고 말하다니. 이서아는 또 물었다. “더 있어요?” “네 어머니 수술을 끝까지 책임져 줄 수 있어.” 한수호는 턱을 살짝 들었다. “이제 만족하겠지?” 어머니의 수술을 책임지는 건 한수호가 생각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이서아가 가장 신경 쓰는 게 이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수호는 당연히 알았고 누구보다 잘 안다. 이서아의 마음을 돌리려면 어디를 찔러야 하는지 말이다. 이서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대표님은 오늘 술도 안 마셨는데 왜 그날 밤처럼 정신을 못 차리시는 거죠? 저한테 그런 짓까지 하셨으면서 어떻게 제가 돌아가기를 바라시는 거예요?” 순간 한수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 한수호는 이서아 어머니의 심장이 아프게 된 게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반박할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이 일만 얽혀 있는 게 아니다. “유람선에서 저를 이용해서 프로젝트를 손에 쥔 게 대표님이죠? 제가 일자리 찾는 거 방해하면서 장난친 것도 대표님이고요?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저를 괴롭혀 놓고 이제 와서 돌아오라고 하면 제가 돌아가야 해요? 대표님, 제가 대표님이 기르는 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