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장 이서아가 뛰어내리다

그것은 거무칙칙한 얼굴의 남자였다. 이서아는 그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 같았다. 그 사람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그쪽은요? 괜찮으세요? 구해 줘서 감사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이서아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물었다. 그 남자는 어깨를 다쳤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의사를 불렀다. 다른 공인들이 그 남자를 부축한 채 현장을 벗어났다. 이서아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고 사람들이 그녀를 둘러싼 채 걱정해 주고 있었다. 한수호는 몇 미터 떨어져 서 있었다. 한수호도 철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다급히 뛰었지만 거리가 너무 먼 탓에 이서아에게까지 가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몇 년 전 드래곤보트 제조 공장에서 드래곤 보트가 떨어졌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이서아가 한수호를 구하려고 잡아당기려 하는 것을 보았지만 한수호는 백인하에게 달려갔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 와서 보니 이서아의 반응 속도로 충분히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못한 이유는 한수호를 잡아당기려고 그랬던 것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이서아는 철근을 피할 수 있었지만 먼저 소윤정을 구하려고 밀었다. 이번에는 공인이 보호해 줘서 다치지 않았지만 그때는 다리 부상이 한 달이나 갔다. 그렇게 생각하자 한수호는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이유는 몰랐다. 똑똑해 보이는 이서아는 미련한 구석이 있다. 분명 본인이 다치지 않을 수 있는데 남을 구하려고 다치다니. 용감하다고 해야 할까? 정부에서 용감한 시민상이라도 줘야 한다. 소윤정은 한쪽에서 울고 있었다. 하이힐을 신어서 발목을 접질린 것이다. 한수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소윤정을 안아 들었다. 이서아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한수호가 소윤정을 안은 채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았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말했다. “대표님이 소 매니저를 각별히 챙기는 거 같지 않아요?” “전부터 그러셨어요. 아니면 이렇게 티 나게 행동하시지 않으셨겠죠. 여기 지금 부상 입은 게 소 매니저 한 명만이 아닌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