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장 난 유머 감각이 없어

이서아가 한참 고민하더니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용산에 추천할 만한 변호사가 있는지 물었다. 다행히 이 몇 년 동안 인간관계를 잘 유지해 온 덕분에 몇몇 친구가 자기 범위 내에서 가끔 이서아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어떤 친구가 성우 로펌을 추천했다. “권소혜라고 여자 변호사인데 아주 유능해. 형사든 민사든 권 변호사가 패소한 적이 거의 없어. 게다가 저번 주에 금방 의료분쟁 사건을 맡았는데 의뢰인이 권 변호사 덕분에 처벌만 받고 풀려났어.” 이서아가 고맙다면서 내일 찾아가겠다고 답했다. 밤이 되자 이서아는 본가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 전에 쓰던 침대에 누워 침대 머리에 여전히 놓여있는 다섯 식구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봤다. 사진 중 현재 집에 남은 사람은 몸이 아픈 엄마와 이서아 둘뿐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다가 아침이 되니 큰언니가 이서아를 대신해 엄마의 병간호를 하러 왔다. 문을 나서면서 이서아는 엄마를 잘 지키라고 큰언니에게 신신당부했다. 엄마가 어제 자살 얘기를 꺼냈기에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내심 걱정되었다. 큰언니는 한 발짝도 안 떨어져 있을 테니 걱정 말고 다녀오라 했다. 택시를 타고 성우 로펌에 도착하여 카운터에 권소혜 변호사를 찾는다고하니 친구가 이미 예약 해놓은 상태였다. 얼마 뒤, 여직원이 이서아를 사무실로 안내하면서 말했다. “권 변호사님은 의뢰인과 미팅 중이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15분 정도 기다렸더니 문이 열리면서 30대로 보이는 진청색 양복을 입고 대충 머리를 묶은 여자가 들어왔다. 수수한 옷차림에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지만 미모가 돋보였다. 특히 눈 밑에 있는 눈물점이 인상적이었다. 권소혜는 아주 아름다웠다. 지적이고 우아한 아름다움이었다. 이서아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인사했다. “권 변호사님이시죠? 저는 이서아예요 신가은의 소개로 왔어요.” 권소혜가 이서아의 손을 잡으면서 악수하더니 손짓으로 앉으라고 자리를 권했다. “권소혜예요. 가은이한테서 이서아 씨 상황을 대충 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