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육세훈은 의자에 기댄 채, 메뉴판을 들고 웃는 얼굴로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다들 하나씩 음식을 시키기 시작했다.
난 계속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놀았다.
잠시 후, 육세훈이 내 이름을 불렀다.
“강주환, 세린이 말로는 네가 요리 잘 한다면서? 그럼 음식에 대해 잘 알 거 아니야. 뭐 하고 싶은 말 없어?”
핸드폰을 보던 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었다. 날 향한 사람들의 시선에 순간 짜증이 났다.
“좋아하는 거로 시켜. 뭘 시킬지 모르겠으면 하나씩 다 시켜도 되고. 내 의견을 물을 필요 없어.”
난 이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나도 싫었다. 마치 피부가 데는 듯했다.
육세훈과 박설아는 주목받는 걸 좋아하겠지만, 난 그저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즐기는 걸 더 좋아한다.
다들 내 대답에 놀랐다. 하나씩 다 시킨다면 깨끗이 먹을 수는 있지만, 이 호텔의 음식 가격이 보통 아니었다. 아마 한 달 월급은 바로 날아갈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어딜 가든, 잘 안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있어서 여기 음식 한입이 아마 그들의 며칠 수입일 거다.
돈을 개의치 않은 나의 태도에 날 적시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들의 눈빛 변화가 아주 확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난 그 시선을 피하면서 다시 핸드폰을 놀기 시작했다.
일부로 이렇게 말한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꺼낸 방법일 뿐이다.
왜냐하면 난 처음부터 이 동창회에 오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 그럼 하나씩 시키자. 이번엔 내가 쏠게. 다들 즐겁게 먹어. 일자리가 아직 안정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거 알아. 강주환의 말을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쟤 아내가 임진 그룹 회장이잖아. 돈이 많아서 그래.”
육세훈은 분위기가 얼어버린 걸 느끼고 다시 분위기를 띄웠다. 그뿐만 아니라, 날 한번 짓밟기까지 했다.
그렇게 난 모든 사람의 적이 되었다.
육세훈과 나의 차이가 너무나도 났다. 하나는 재벌 집 아들이고, 성격이 좋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예술을 알고 있다. 다른 하나는 기생오라비에, 별 능력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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