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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장

“안 돼?” 내가 아무 반응 없자, 임세린이 또 한 번 물었다. 그녀는 나의 목을 끌어안고 애교 부리는 말투로 말했다. 입을 삐죽 내민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세상에! 서른 살인 임세린 얼굴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 떠옹랐다. 문득 과거의 임세린을 본 것 같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그녀는 날 기쁘게 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일들이었다. 지금의 임세린은 아무리 연기를 해도 과거의 임세린을 따라 할 수가 없었다. “주방에 들어가지 말라면서.” “오늘은 허락할게. 얼른 가. 부탁이야.” 임세린은 여린 여자처럼 내 팔을 잡고 좌우로 흔들었다. 난 더 이상 감당이 되지 않았다. 임세린의 이런 모습에 마음마저 다 녹아내는 것 같았다. 나도 참 불쌍하지! 한편으론 도망치고 싶으면서 결국 그녀의 애교에 모든 게 무너지고 말았다. 나 설마 학대받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자신을 비웃으며 주방으로 갔다. 주방에는 참 오랜만에 들어와 본다. 하지만 칼을 들자마자, 조금 어색해졌던 칼질이 순간 능숙해졌다. 솥에 조미료를 넣고 조금 졸이자, 장조림이 완성되었다. 내가 만들어서 칭찬하는 게 아니라, 이 냄새만 맡아도 군침을 돌게 한다. “세상에! 냄새가 왜 이렇게 좋은 거예요? 비결을 알려줄 수 있어요?” 도우미도 내가 만든 요리에 감탄했다. 이렇게 연약한 남자가 이 정도 요리 실력을 갖추고 있을 줄 생각 못했을 것이다. 난 속으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뿌듯함도 사실은 슬픔을 감추고 있는 위장일 뿐이었다. 처음 이 요리를 배웠을 때, 분명 임세린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어서 그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든 게 달라졌다. 내 요리 솜씨는 점점 늘어갔지만, 임세린은 내가 만든 요리에 벌써 흥미를 잃었다. 날 냉대하고 괴롭히고 무시하고.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든 장조림을 보자, 순간 화면이 겹친 것 같았다. 난 씁쓸하게 웃으며 음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비결 같은 거 없어요. 그냥 마음이 중요한 거죠.” “먹고 싶으면 먹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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